안철수연구소가 글로벌 10대 보안기업이 되기 위해 ‘적과의 동침’에 나섰다.
안철수연구소(대표 오석주)는 마이크로소프트(MS) 메시징 보안솔루션 안티젠의 엔진으로 ‘안티바이러스 V3엔진’을 공급한다고 12일 밝혔다. 안티젠에는 안철수연구소의 V3를 비롯해 러시아 카스퍼스키랩·영국 소포스·미국 컴퓨터어소시에이츠 등 9개 엔진이 탑재돼 있다.
특히 안철수연구소는 아시아 보안기업으로는 유일하게 MS의 안티젠에 엔진을 공급, 라이선스 수수료까지 챙기는 기업이 됐다.
MS는 최근 정보보호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전 세계 정보보호 기업의 최대 경쟁자로 부각돼왔다. 안티젠은 e메일에서 스팸과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메시징 및 협업 서버용 안티멀웨어 솔루션이다. MS는 보안 SW분야에서 주요기업이 되기 위한 전략의 일부분으로 이 제품을 내놨다.
안철수연구소는 지난 2005년 미국 사이바리소프트웨어사의 메시징 애플리케이션용 보안 솔루션에 V3엔진을 넣기로 했으나 사이바리가 MS에 인수되면서 제품 공급 자체가 불투명했다.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
◆뉴스의 눈
안철수연구소는 MS의 보안 전략의 핵심 중 하나인 안티젠에 원천 핵심기술인 V3엔진을 공급함으로써 글로벌 수준의 안티바이러스 기술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계기가 됐다. 안연구소 위치에서는 적과 손을 잡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MS를 이용해 세계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더 큰 득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안티젠은 MS의 e메일 서버인 익스체인지와 함께 동작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익스체인지 서버의 점유율이 높아 그만큼 V3엔진을 활용하는 기업이 많아지게 된다.
국내에서도 익스체인지 서버 채택률이 높아 국내 기업용 시장 확대에도 안연구소는 이득을 볼 수 있다. 안연구소는 또 MS에 엔진을 공급하면서 MS의 까다로운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모두 통과, 세계적 수준의 SW개발 프로세스를 거쳐본 것도 내부 엔지니어에게 큰 경험이 됐다는 평가다.
MS는 SW의 철저한 품질관리 및 SDL(Secure Development Lifecycle) 준수 조건을 내세우는데 많은 서드파티 기업이 이 과정에서 탈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토종 브랜드임을 앞세워 국내 시장의 기반을 다진 안연구소가 MS에 핵심기술을 넘겨주는 꼴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조원영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이사는 “MS는 주요 기술을 가진 서드파티와 협력으로 보안 시장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며 “MS는 안연구소와 공동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연구소 측은 “10여년이 넘는 안연구소의 기술 노하우가 축적된 원천 기술을 라이선스해 로열티를 벌어들이는 의미가 있다”며 “국내를 넘어 세계 10대 통합보안회사가 되기 위해 글로벌 협력을 강화한다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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