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개성공단과 애니메이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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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D-War)가 할리우드가 아닌 개성공단에서 만들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디워를 향한 관심은 더욱 뜨거웠을 것이고 어쩌면 개성공단에서 분단 이래 최초로 남북 근로자가 함께 참석하는 시사회가 열렸을지 모른다. 최근 남쪽에서는 북쪽에 애니메이션센터를 만들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교육방송에서 방영된 인기 만화 ‘뽀롱뽀롱 뽀로로’를 비롯해 일부 작업이 북측에서 진행되는 남북 합작 애니메이션도 늘어나고 있다.

 북측의 IT산업을 활성화하고 남측의 애니메이션 제작에 효율성을 기하는 한편 남북 간 문화교류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북측에 애니메이션센터를 건립하는 것은 매우 이상적인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개성공단을 방문하는 문화계 인사는 개성공단 총개발계획이 주제인 브리핑을 듣고 나면 ‘개성공단에 애니메이션센터를 지으면 좋겠다’고 저마다 입을 모은다. 3단계까지 개발이 완료됐을 때 기업 2000개, 근로자 35만명에 관광·주거를 위한 배후 도시까지 갖춘 첨단 복합산업단지를 꿈꾸는 개성공단 청사진에도 개성공단 애니메이션센터는 부합된다. 국내외 경제전문가도 개성공단이 국제 경쟁력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으려면 노동집약적 제조업과 기술집약적 제조업뿐 아니라 IT와 바이오테크 등 첨단산업 분야가 골고루 균형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개성공단 사업은 1단계 3.3㎢ 분양이 완료돼 올해 연말이면 입주기업 100여개, 북측 근로자는 2만2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배수장, 송·변전시설, 폐기물처리장, 폐수종말처리장, 기술교육센터 등 모든 기반시설도 이미 완공됐거나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마디로 개발은 마무리 단계고 입주기업은 안정적 발전 궤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인건비 절감을 염두에 둔 노동집약적 업종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몇몇 입주기업은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책공과대학 등에서 우수한 인력을 공급받아 첨단소재나 IT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들 입주기업 경영자는 한결같이 북측근로자의 빠른 기술 습득과 학습을 향한 열정에 감탄한다. 첨단산업단지로 도약할 수 있는 단초를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개성공단에 첨단 업종이 입주하고 애니메이션센터가 들어서기 위해서는 몇 가지 문제가 해결돼야만 한다. 첫째는 미국 상무부의 전략물자수출규정인 EAR(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s)나 바세나르협약 등 각종 전략물자수출통제시스템에 의한 개성공단 물자반입 규제가 완화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는 남북 사업은 어느 한쪽의 열의만 가지고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없다. 북측도 열의를 갖고 애니메이션 관련 고급 기술 인력을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애니메이션은 물론이고 영화·드라마·각종 공연 등을 포함한 남북 간 문화교류가 활성화돼 양측 기술 인력이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1990년 1300만달러에 그쳤던 남북 간 교역액은 해마다 늘어나 2006년에는 13억달러를 넘어섰다.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이제 남북 교역은 양적 증가와 함께 교역의 질과 강도를 높여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측은 물론이고 북측 당국의 의지와 국제사회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진전을 감안할 때 여러 걸림돌을 뛰어넘는 것이 그리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닐 것으로 본다. 개성공단에 애니메이션센터가 들어서고 남북합작 영화가 전 세계 극장에서 상영될 날을 손꼽아 기대해 본다.

◆김동근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 위원장 dkkim@kidma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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