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양성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최근 국민 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SW 산업을 범국가적으로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SW코리아 미래는 불안하다. 정통부가 지난 97년부터 SW 인력을 포함한 정보기술(IT) 인력 양성을 위해 IT 학과 정원확대·교과개정 개편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우수 SW 인력이 부족하다는 기업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거대 자본과 시장을 앞세운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전기·전자 분야에 이어 IT 분야도 선진국과 중국 사이의 샌드위치론에 휩싸이고 있다. 샌드위치 IT 코리아 탈출 해법은 SW 인력 양성 뿐이다. 정부가 특단의 인력 양성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SW 인력 양성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다.
◇취약한 SW 인력 구조=지식집약적이며 고부가가치인 SW 산업은 인적자원의 수준에 의해 경쟁력이 크게 영향받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에 정부는 IT 인력 양성을 위해 10년간 다양한 정책을 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우수 SW 인력 부족과 기업 수익성 악화 현상이 맞물려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정부가 수요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단발성 인력 공급 정책에 치중한 결과다. 특히 공급 정책 조차도 교육체계 개선 등의 근본적 대책 마련은 접어둔 채 변죽만 울렸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대학의 SW 전공(학사 이상) 배출 인력은 1만8166명이다.
한국SW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05년 기업의 채용계획 대비 충원율이 패키지 SW는 85.8%, IT서비스는 76.7%, 디지털 콘텐츠 71.4% 등으로 SW 전 분야에 걸쳐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인력 부족 현상은 2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SW 인력 생산성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SW 인력의 선진국 대비 생산성은 해외 평균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SW 프로젝트의 전체 생산성은 1인당 월 평균 기능 점수가 18.15이다. 세계 평균이 49.5점임을 감안하면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생산성 저하의 원인으론 △요구사항 분석 부족으로 인한 잦은 변경 △개발 기술 부족으로 인한 재작업 재 사용율 저하 등이 거론된다. 그 결과 △생산성 저하의 결과 △SW 산업의 경쟁력 저하 △SW 산업에 대한 인력 기피 현상 △새로운 SW 서비스나 가치 창출 저하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 심지어 SW 산업이 3D 업종으로 비하되기까지 한다.
박수용 서강대 교수는 “개발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SW 개발자 및 기업들이 다양한 SW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새로운 SW 서비스 가치를 창출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 SW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추격해오는 IT 중국=중국은 지난 2001년 말부터 칭화대·베이징대·하얼빈공대 등 전국 35개 대학에 ‘시범성SW학원(National Pilot Software of School)’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NPSS는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업형 고급 SW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주요 임무로 한다. 국제화 시장 요구에 적합한 고급 SW 인재를 육성하는 산실인 셈이다.
2006년말 현재 전국 35개 대학에 설립된 NPSS 재학생은 학부생 3만7865명, 대학원생 2만6174명 등 총 6만4039명이다. 중국은 우리나라 SW 인력 배출 대비 3배 이상 SW 전문 인력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토종 및 외국 기업들은 NPSS 졸업생을 응용능력·SW 개발능력·공정관리능력·창조창업 능력 등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 IT코리아에 위협적인 존재로 등장할 수 있다.
박준성 삼성SDS 전무는 “글로벌 기업들이 속속 중국에 연구개발 거점을 마련하면서 중국이 세계의 제조 공장 역할에 이어 전 세계 R&D 역할까지 넘볼 것”이라며 “우리나라 SW인력이 중국 SW 인력에게서 한 수 배울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 액센츄어의 글로벌 기술전략총괄 로버트 서는 중국의 IT 투자 의지를 매우 높게 평가했다. 그는 “지금 당장 중국 기업들의 IT 성과가 한국 기업 보다 더 우수하지 않지만 IT에 대해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투자를 하는 중국 기업들이 늘고 있어 향후 중국은 IT 분야에서 한국을 앞서나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IT코리아를 탈출하기 위해선 SW 인력 교육 체계를 획기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 특히 이미 조선·항공·자동차 등 제조분야에서도 SW 비중이 50∼80%에 이르는 등 SW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만큼 모든 학과에 SW 교과 과정을 개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수용 서강대 교수는 “전산학과 등 SW 관련 학과만으로 SW 인력을 양성하는데 있어 한계가 있다”며 “기계공학 등의 제조업 관련 학과에 SW 과목을 집어넣어 제조 산업 기반의 SW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IT 서비스 기업의 인력 양성
해외 IT서비스 회사들은 어떻게 우수 인력을 양성할까.
지난 2006년 SI 시장 매출 전세계 1위를 기록한 액센츄어(2006년 IDC 자료 인용)는 인력들에 대한 투자와 교육을 지속적으로 제공, 전문가 양성에 경주하고 있다.
액센츄어의 교육은 해당분야의 전문적 지식의 습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위한 프로젝트 방법론의 체득, 그리고 다른 나라 액센츄어 조직의 인력들과 교류와 경쟁을 모두 포함한다. 이 회사는 해외 각지의 자사 교육센터를 활용, 인력들의 전문지식을 배양한다.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한 강사진과 교육생들 간 교류와 경쟁을 통해, 기존에 갖고 있는 지식 분양에 그치지 않고 더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액센츄어에서는 직무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교육이 아니라고 본다. 리더십 및 비즈니스 마인드가 없으면 그 기술이 어떻게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할 지 이해하기 힘들다. 따라서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그 업무가 전체적인 시각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고, 어떤 성과를 거둘지 이해하고 이를 관리하게 끔 성장시키는 것이 액센츄어 교육 목표이다.
또한 MIT와 공동으로 개발한 액센츄어솔루션딜리버리아케데미 과정을 통한 글로벌 교육 인증 체계를 만들어 이를 인증 받은 인력들은 전 세계 어떤 액센츄어 프로젝트에서도 해당 기술 전문가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제도적 방법을 통해 글로벌 조직을 만들고 유지하며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기고-`IT 백년 대계`를 완성하자
: 액센츄어 ATS 정인석 상무 in-suk.chung@accenture.com
정보기술(IT)를 집중육성하고 있는 국가들, 예를 들어 아일랜드·인도·중국 등의 국가들은 IT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면서, 애초부터 상대적으로 기반이 취약한 국내 시장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음을 절감하고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해외 IT 서비스 시장의 분석 리서치에서 인도 기업의 이름이 톱 랭킹에 오른지 이미 오래다. 국내 예를 들어보자.
IT 산업 분야 중의 하나인 핸드폰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10년 전 내수시장에서도 모토로라에 밀려 1위를 차지하지 못했으나 과감한 투자와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통해 ‘애니콜’ 신화를 만들어 냈고 현재 노키아에 이어 세계 핸드폰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고급 기종 핸드폰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위기를 기회로 잘 이용한 예이기도 하면서 글로벌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한 성과다.
한국의 IT 서비스 산업의 특징은 소위 말하는 패밀리 마켓(계열사 시장)과 오픈 마켓(경쟁 시장)으로 나눠진다. 한국의 경우 계열사 고객을 기반으로 한 계열사 시장에서 IT 서비스의 성장이 한국적인 IT 성장 모델이 된 것이 사실이며 기여한 바가 작지 않다.
문제는 오픈 마켓에서 시스템통합(SI) 회사들이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이 크지 않다는 데 있다. 이는 경쟁이 필요 없는 패밀리 마켓에 치우치는 비즈니스에 중점을 둔 탓도 있으며 오픈 마켓에서의 경쟁에서 보여주어야 하는 서비스 또는 시스템적인 밸류를 보여주는 작업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탓도 있다.
경쟁이 보다 치열해 지고 시장이 성장의 규모에 걸맞지 않은 사이즈가 되면 외부로 눈을 돌려 글로벌화를 준비하고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
글로벌화 전략에 맞는 인재들을 양성하고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회사의 글로벌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IT 분야의 글로벌 선두 기업들의 사례를 참고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글로벌화’한다는 것은 단지 해외 진출을 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글로벌화한 조직을 운영할 수 있는 글로벌화된 인력과 시스템으로 기반을 다진 후 글로벌 비즈니스를 갖고 해외 진출을 해야 제대로 된 글로벌 비즈니스로 성공적으로 ‘글로벌화’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인력과 시스템 그리고 비즈니스 이 세 가지를 모두 잘 준비해야만 글로벌 경쟁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타타·새티암·인포시스 등의 인도 IT회사들의 경우 글로벌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일찍이 CMMI를 도입했다. CMMI 레벨 5를 획득한 많은 회사들이 이를 기반으로 비즈니스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이는 글로벌하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한 체계를 도입하고 이를 가지고 비즈니스를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예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IT 회사뿐만 아니라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인도의 경우 한 해에 20만명에 육박하는 IT 인력들이 쏟아져 나와 유수의 IT 회사들로 진출하고 있다. 이런 인력들이 실리콘밸리를 장악하면서 전 세계 글로벌 SW 및 IT 서비스 아웃소싱으로 인도 기업들이 글로벌화하는 데 성공했다.
마찬가지로 우리 정부도 IT 산업의 육성을 위한 장기 지원 계획을 세우고 국내 IT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가능하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IT 기업들은 글로벌화의 일환으로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이를 위해 보다 많은 해외 시장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추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해야 한다.
내부에서 패밀리 마켓에 안주하는 IT 회사는 안정성을 가질 수는 있을지는 모르나 치열해 지는 시장에서 궁극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데는 실패할 지 모른다. 그러므로 IT 회사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을 고려하고 글로벌화에 성공한 다국적 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연구하고 자기 조직의 특성에 맞는 해외 진출 방안을 고민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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