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수 한국오라클 부사장의 사번은 39번이다.
신 부사장은 지난 93년 한국오라클에 입사해 황금시대를 열었다.
당시 강병제 사장-윤문석 이사-신동수 부장으로 이어졌던 영업라인은 매년 100%가 넘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이끌어 냈다.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지만, 그는 13년 넘게 한국오라클과 함께 했다. 강병제 사장은 회장을 거쳐 한국오라클 떠났고, 윤문석 이사는 한국오라클 사장을 거쳐 현재 시만텍코리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그는 한국오라클에 남아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이직을 경력관리로 여기는 외국계 컴퓨팅업체에선 보기 드문 일이다. 그것도 테크놀로지사업부문에만 근무했다. 그는 테크놀로지사업본부에서 영업 이사와 전무를 거쳐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현재 한국오라클의 핵심사업부인 테크놀로지사업본부장이다.
테크놀로지사업본부는 오라클의 핵심 비즈니스인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과 미들웨어 사업을 담당한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테크놀로지 전문가다. 현재 국내 엔터프라이즈 컴퓨팅업계에서 그보다 더 오래 깊숙이 DBMS와 미들웨어 사업에 관여한 이가 없다.
그가 영업 현장을 누빈 DBMS 시장에서 한국오라클은 40%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했다. 오라클의 글로벌 평균 시장점유율보다 무려 10%포인트 가량 높은 수치다. 한국오라클이 애플리케이션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매출의 70% 가량은 그의 손을 거쳐 나온다.
한국오라클의 애플리케이션 사업도 그의 손을 통해 성장기반을 다졌다. 90년대 후반 애플리케이션이 테크놀로지사업본부 내에 있었을 때, 그는 오라클이 세계적인 전사자원관리(ERP) 준거사이트로 내세우는 포스코를 수주했다. 만도와 정보통신부 등 한국오라클이 대표적인 애플리케이션 성공사례를 내세우는 사이트도 그의 작품이다.
그래서 그를 한국오라클의 실세로 보는 이들이 많다. 오라클이 최근 글로벌 조직을 개편하면서 지사장의 권한을 축소하고 사업본부장에 막강한 권한 부여하면서 그의 입지는 더욱 강화됐다. 그래도 그는 겸손하다.
“한국오라클은 강병제 전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사장들과 임직원의 열정으로 일궈 온 회사입니다. 무엇보다 선배들의 공이 큽니다. 선배들처럼 끝까지 비즈니스 현장에 남아 한국오라클의 성장을 이끌고 싶습니다.”
그는 글로벌화를 강조했다. 한국오라클이 다른 국가의 지사에 비해 글로벌화가 늦어지면서 글로벌 트렌드을 쫒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오라클 임직원이 아태본사가 본사에 많이 들어가 글로벌 문화를 배워야 합니다. 물론 아태본사와 본사에서도 한국오라클로 많은 임직원들이 들어와야 합니다. 그러면 본사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지고, 국내 투자도 늘어날 것입니다.” 그는 후배들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선배들의 철저한 ‘로컬화’에 대한 섭섭함이 묻어났다. 한국오라클은 한국식 영업문화를 고집하며 오라클의 글로벌 조직변화에 뒤쳐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오라클 전도사로 남고 싶다”고 강조했다. “오랫동안 비즈니스 현장에 남아 오라클의 제품과 사상을 전파하고 싶습니다. 지금 세상은 정보의 시대를 넘어 혁신의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끝없는 자기 혁신을 통해 한국오라클과 고객이 모두 혁신하는 길을 찾겠습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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