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디지털 네트워크와 에너지 효율화

정보통신 기술 발전으로 새로운 유형의 기기가 나타나고 이는 대부분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또 유비쿼터스 컴퓨팅 서비스를 위해서 언제나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기기의 연결을 유지하기 위한 전원은 네트워크 트래픽이 없더라도 정상모드로 작동할 때와 동일한 전력을 소비해 에너지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네트워크 기능이 없는 오프라인 전자제품은 기기의 주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대기전력에 1W 프로그램(스탠바이 코리아 2010)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기존 3∼5W를 소비하던 대기전력을 1W로 낮추고자 하는 정부 정책이다. 현재 자발적 단계며 2008∼2009년까지 일부제품 의무규정 적용 단계를 거쳐 2010년부터는 1W 대기전력 제도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돼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현재 20개 품목의 전자제품이 포함돼 있으며 2010년 이후부터는 24개 품목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기존 전자제품은 효율 개선을 이루는 전력 IC 개발로 많은 기기가 안고 있던 전원공급장치의 효율 저하에 따른 대기전력 소모 발생을 해결했지만 셋톱박스·브로드밴드 모뎀·홈게이트웨이 등 네트워크 장치는 아직 명확한 전력 상태의 정의조차 돼 있지 않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셋톱박스와 디지털 네트워크의 에너지 효율 개선 국제 워크숍(International Workshop on Energy Efficient Set-top Boxes and Digital Networks)을 파리에서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기업인·연구원·정책입안자가 모여 셋톱박스와 네트워크의 기술적 효율개선 방법, 평가 기준, 제품의 성능 분석 결과 및 국가별 정책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관심을 모은 것은 이제 막 문제점이 인식되기 시작한 네트워크의 에너지 효율 향상에 관한 주제였다. 이더넷의 속도 증가에 따라 네트워크 칩세트의 소비전력은 증가하지만 네트워크 링크 활용도 측면에서 보면 최대 속도를 필요로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게 골자였다. 또 워크숍에서는 네트워크의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원칙과 향후 행동 계획 등도 마련됐다.

 더불어 미국전기전자학회(IEEE)는 최근 이더넷 표준화 그룹(802.3) 내에 에너지 효율 연구그룹(Energy Efficient Ethernet Study Group)을 두고 네트워크 트래픽 기반의 가변전송속도의 실행가능성 연구에 나섰다. 이는 인터넷 확산에 따라 스위치와 라우터, 이에 연결된 PC와 서버 등에 의해 전력소비가 급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즉 네트워크 레벨에서 속도 전환 정책을 수립해 1∼2㎳ 내에 속도 전환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래사회의 주된 에너지 소비 제품군이 될 디지털 네트워크 기기의 성능 향상과 더불어 에너지 효율 향상을 이룰 수 있는 기술개발을 병행해 에너지 문제에 대처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가전 및 정보통신 분야 시장을 선도해온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에너지 소비 추세의 통계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에서 개별 기기의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개발의 일환으로 홈게이트웨이 시스템의 대기전력 효율 향상 기술개발을 수행 중이지만 아직까지 업계의 문제인식은 깊이 있지 못하다.

 우리나라는 IT에 이어 에너지 분야에서도 강국이 되기 위해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그러나 신에너지원 개발이나 에너지 부하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별기기의 효율향상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에너지 소비 비중이 커지고 있는 정보통신 기기의 에너지 효율 향상에 보다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여기에는 대학과 연구소뿐 아니라 선진국의 에너지 정책에 부합하는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 기업의 동참을 필요로 한다. 이는 앞으로 다가올 글로벌 마켓의 화두는 제품의 성능과 가격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성이 될 것이 때문이다.

◆이상학 전자부품연구원(KETI) 지능형정보시스템연구센터 책임연구원shlee@ke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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