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트렌드]인터넷과 사회운동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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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회와 참여의 공간으로 인식되던 인터넷이 최근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로 시끄럽다. 경이적인 다이어트로 40kg 감량에 성공한 한 여고생이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네티즌의 무차별 악플 공세에 시달린 끝에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입고 자살했다. 집단 악플의 내용은 근거 없고 조악한 것이었지만 끝내 참혹한 결과를 부른 것이다. 지하철에서 애완견의 분비물을 치우지 않아 사이버 공간에서 지탄의 대상이 된 ‘개똥녀’ 사건이나 무분별한 집단 악플이 부른 인기 연예인의 자살이 세간을 놀라게 한 것도 오래지 않았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고 인터넷 이용자 수가 급증함에 따라 사이버 공간의 역기능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인터넷 초기 단계를 지배했던 끝없는 낙관론도 비관론으로 바뀌는 양상이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 자체만으로 긍정론이나 부정론, 낙관론이나 비관론을 얘기하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한 듯 보인다. 왜냐하면 정보통신기술이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정보통신기술 자체보다는 상당 부분 우리의 선택과 개입 또는 인간 통제의 방식과 내용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 그것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한 경우가 더 많다. 집단 활동의 수단으로서 인터넷이 갖는 위력은 2000년 4·13 총선을 앞두고 전개된 시민단체와 네티즌 주도의 출마 부적격자 낙선운동에서 일찍이 확인된 바 있다. 한국 사회의 가장 특기할 만한 사회문화 현상으로 자리매김된 붉은악마 역시 지난 1993년 PC통신 하이텔의 축구동호회에서 시작됐다.

 어떤 경우이든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미래의 온라인 집단행동 방식과 수단은 크게 변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미와 자발성, 온라인 활동과 오프라인 현장의 즉시적 연결 등이 어우러진 네티즌의 현실 참여는 이미 ‘플래시몹(flashmob)’이라는 기존 사회운동단체의 집합행동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새로운 형태의 참여군중을 낳고 있다.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다가 어느 순간 한 방향으로 몰리는 반딧불이의 운동처럼, 미래의 인터넷 집합행동 참여자는 특정 사안을 e메일이나 휴대전화 또는 모바일을 이용해 한꺼번에 의견을 수렴한 후 발빠르게 행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블로그 역시 새로운 집합행동의 수단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집합행동의 미래 전망과 관련해 블로그와 같은 1인 미디어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것의 뛰어난 여론수렴 기능과 누리꾼 유인 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불미스러운 사건에서 보듯 사이버 공간의 집합행동이나 집단활동이 집단 린치나 집단 악플로 변질되지 않고 건전한 누리꾼운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무엇보다도 먼저 인간 친화적인 정보통신기술이 개발돼야 하고 이를 활용하는 시민의 특성과 조건 및 능력이 제고돼야 하며, 이들에 의한 온오프라인 전략이 두루 어우러지고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

 여기에 시민 개개인의 주체적 성찰, 시민 상호간의 수평적 연대와 조직화, 이를 뒷받침하는 일련의 교육과 훈련, 의식전환 등이 덧붙여질 때 온라인 집합행동은 시민사회의 활성화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자 성숙 정보시민사회를 앞당기는 견인차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온라인 집단활동의 대부분이 문자 중심의 커뮤니케이션과 담론에 의존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말’의 윤리 및 ‘관용’과 ‘설득’의 문화를 확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다른 사람과 폭넓게 공유한다고 해서 습득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자신만이 옳다는 독단론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도 옳을 수 있다는 포용의 태도를 취할 때, 또는 강요나 조종·기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논변을 합리적 토론으로 타인에게 이해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의 윤리와 차이를 인정하는 관용의 문화가 사회 저변에 폭넓게 확산되고 상대방의 인격을 훼손하지 않는 합당한 방식으로 실행될 때 온라인 집단 활동은 성숙한 정보사회를 위한 생산적 밑거름으로 차용될 수 있을 것이다.

◆김종길 덕성여대 사회학과 교수 way21@duk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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