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업계가 무한잉크연속공급장치로 인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프린터 시장에 무한연속공급장치가 급속히 확산돼 현재 국내 프린터 잉크 소모품 시장 규모 2500억원 중 10%인 250억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모품 시장이 주류인 프린터업계가 대책마련에 나섰으나 법적인 하자가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무한잉크연속공급장치는 기존 프린터 잉크와 달리 프린터 외부에 대용량 재생잉크 탱크를 부착해 사용하기 때문에 정품 잉크에 비해 가격이 60% 이상 저렴하다. 현재 100여개 중소업체가 등록해 판매하고 있는 이 장치는 10만원대 제품의 경우 한번 장착으로 A4용지 기준 월 평균 1만장 출력이 가능해 일반 소비자들의 구매가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 G마켓에 따르면 프린터 사용자들이 출력비용에 대한 부담이 늘면서 프린터를 포함한 30만원대 패키지 제품 구입이 급증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900대 이상이 판매됐다. 이는 지난해 7월 30여대에 보다 무려 30배의 성장세다.
이로 인해 국내에 정품잉크를 공급하고 있는 프린터 업체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들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한국엡손 서치헌 마케팅 부장 “지난해 무한잉크연속공급장치 시장에서 1위를 하고 있는 네텐에 완제품에 대한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특허사용금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소했다”며 “소송이 진행중인 가운데 네텐측이 ‘개조된 제품을 더 이상 유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와 합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네텐측은 더 이상 엡손 제품에 대한 무한연속공급장치를 유통하고 있지 않지만 시장에서 무한리필잉크는 여전히 공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무한잉크를 공급하는 것은 법적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품을 공급하고 있는 한국HP나 한국엡손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무한잉크연속공급장치 온라인 유통업체인 영구사용 이승규 사장은 “잉크업체는 소비자에게 패키지 제품을 판매하면서 프린터업체의 제품도 함께 유통하고 있는 중간 공급자이기도 하다”며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판매되는 제품 구입은 소비자의 선택사항”이라고 말했다.
한국HP와 한국엡손은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1만원 이하의 잉크 제품을 서둘러 내놓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려놓기란 그리 녹녹치 않은 상황이다.
한국HP 관계자는 “무한잉크연속공급장치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노즐 막힘 등에 대한 일부 불만이 나오고 있고 시장 규모 미미하기 때문에 지금은 지켜보고 있다”며 “올해 안에 저가형 ‘심플블랙’ 카트리지와 같은 제품을 3∼4개 출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더욱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동석기자@전자신문, d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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