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이 기획 단계부터 자신의 작품이 영화·드라마화되기를 고려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봅니다. 하지만 만화를 영화나 드라마의 하위 장르로 여기는 인식은 경계해야겠죠.”
강풀(본명 강도영·33)은 ‘순정만화’를 시작으로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연재된 작품 6편 모두가 드라마·영화·연극 등 다른 장르로 판권이 팔리기로 유명한 작가다. 현재 연재 중인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연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드라마·영화화가 확정됐을 정도. 강풀 만화가 만화 원작의 원소스멀티유스(OSMU·One Source Multi Use)의 대명사로 꼽히는 이유의 일면을 보여준다.
“내가 재미있을 때까지 그린다.”
그가 소개하는 작품창작 원칙이다. 작가 스스로에게 재미있지 않다면 독자도 그대로 느낀다는 것. 작품에서 스토리 구성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그는 스스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 때까지 끊임없이 구상하는 노력파이기도 하다.
강풀 작가는 “OSMU가 어려운 만화계의 현실에서 하나의 대안은 될 수 있지만 전체적인 대안은 되기 힘들다”는 생각이다.
어떤 재미있는 영화가 만화를 원작으로 했을 때 자연스럽게 대중의 관심을 만화로 끌 수 있고, 만화가 원작으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만화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는 “만화가 영화나 드라마가 되면 성공했다고 보는 시각이나 만화가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만 인식되는 것에는 거부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강 작가는 최근 젊은 만화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다각도로 활용하는 걸 염두에 두고 창작을 하는 흐름을 긍정적이라고 본다. 그 역시 5·18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작품 ‘26년’만큼은 영화나 드라마 등 다른 쪽으로 제작되기를 바라면서 작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지론은 ‘본질적으로 만화가는 만화로써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만화가 영화·드라마 등의 원작으로 주목받으면서 강 작가는 주변 지인들로부터 “판권을 팔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 작품들의 실제 영상화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여부는 잘 알려지지 않거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영화나 드라마 제작사 측에서 좋은 원작을 ‘일단 확보하고 보자’는 심산으로 확고한 제작 의지도 없이 작품을 사재기하는 예가 있기 때문. 강풀 작가의 경우 작품 인기에 편승해 저작권 대행을 하겠다는 에이전시의 의뢰도 숱하게 들어온단다. 하지만 그는 ‘작품권은 직접 행사해야 한다’는 생각과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다른 창작물로 활용할 때 어떤 쪽으로 쓰이는가를 판단하는 것도 작가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권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화계의 어려움을 타개 방법에 대해 그는 거듭 “좋은 만화를 만드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현재 연재 중인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작업이 끝나면 몇 개월간 휴식을 취한 뒤 ‘타이밍’과 같은 느낌의 호러물을 갖고 독자를 찾을 계획이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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