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번호` 따기…소리없는 전쟁

 통신 서비스만큼 번호가 중요한 분야도 없다. KTF와 LG텔레콤이 SK텔레콤의 ‘011’ 아성을 깨기위해 노력해온 것도, ‘070’이라는 번호 자체가 태생적으로 불리하다고 보는 인터넷전화 업체들이 번호이동제도를 환영한 것도 황금번호가 가져다주는 마케팅 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좋은 번호를 부여받기 위한 업체 간 공방은 끊이지 않고 있다.

 ◇ 010 신규국번 하나라도=010 신규국번 가운데 추가로 할당받을 수 있는 것은 4000 번대 국번으로 넘어갔다. 사실 010에서 신규로 할당받을 번호 자체가 그리 많지 않다. 번호정책에 따라 기존 011·016·019 등의 가입자가 010으로 전환할 때 본인 고유의 매핑번호를 가져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010-3000번대는 모두 소진됐다. 남아 있는 것은 010-4000, 010-4100, 010-4900 국번대를 비롯해 5000번, 5100번, 5900번, 6000번, 6100번, 6900번 그리고 일부 7000 번대 국번이다. 통신위 측은 약 1200만개의 번호자원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순서대로 한다면 SK텔레콤과 KTF가 010-4xxx대를 신청해야 하지만 희망 국번은 달랐다. ‘4’를 선호하지 않는 국민정서상 4xxx으로 시작되는 국번은 피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희망한 대로 번호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동통신에서 번호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식별번호 전쟁이 끝난 010 번호 내에 이처럼 좋은 번호를 확보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이 숨어 있는 셈이다.

 ◇ 리비전A 식별번호 경쟁은 전쟁 수준=LG텔레콤이 10월에 시작할 동기식 리비전A에 어떤 번호를 부여할지 논쟁이 격렬하다. LG텔레콤은 기존 CDMA 동기식 서비스에서 진화된 동일한 역무로 당연히 기존 번호를 쓸 수 있다고 주장한다. KTF는 LG텔레콤이 사업권만 반납했을 뿐 리비전A 서비스 자체는 3G의 영역에 해당하므로 010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주장은 너무나 팽팽하다. LG텔레콤 입장에서는 리비전A에 010이 부여되면 WCDMA와 겨뤄 승산을 얻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KTF 역시 리비전A가 기존 번호를 그대로 유지하고 SK텔레콤까지 리비전A를 하게 되면 WCDMA의 인입효과가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점에서 010 부여를 강력 주장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010 번호정책, 소비자 편익 등 여러 가지 사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늦지 않도록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와이브로 번호 부여는 아직 깜깜=와이브로도 번호 이슈 가운데 하나다. 정통부는 현재까지 와이브로에 음성 식별번호를 부여하지 않았다. 정통부 관계자는 “와이브로는 IP기반 서비스이기 때문에 별도 번호를 부여하지 않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KT는 이에 내심 불만이다. 컨버전스 시대에 맞는 차세대 통신서비스인데도 음성 식별번호가 주어지지 않음으로써 데이터 서비스 테두리에 머물게 된다는 것이다. 010 번호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학계 등에서 조심스럽게 개진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정통부 방침에 변화는 없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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