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와 정전 사고까지 겹친 삼성전자의 악재를 주요 외신들도 비중 있게 다루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이제 국내 언론을 넘어서서 ‘위기론’을 검증하려는 외신의 시험대에도 오른 것이다.
‘위기론’의 포문은 지난달 12일 파이낸셜타임스가 열었다. 이 신문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기사화한 후 삼성전자 실적 하락 원인을 집중 조명하는 기사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7일(현지시각) 비즈니스2.0은 온라인판 톱기사로 삼성전자의 위기를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위기’라고 진단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잡지는 95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구미공장에서 100억원이 넘는 불량 휴대폰을 불태워 버린 것을 계기로 품질 도약에 올라섰지만, 지금 삼성전자는 ‘최신 기능’ 확보에 치중된 제조업 체질을 버려야 하는 딜레마에 봉착했다고 분석했다. 수십년간 제조업체로 살아온 삼성이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지, 여기서 오는 정체성의 혼란에서 벗어나는 것이 과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삼성이 ‘소니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고 경고했다. ‘워크맨’ 등 가장 혁신적인 아이템으로 전 세계 소비자를 사로잡았던 소니가 자기 만족에 빠져 위기를 겪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을 삼성전자도 되풀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잡지는 반도체·LCD 등 삼성전자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사업부서의 이익률이 대폭 떨어졌으며, 모토로라 실적 하락으로 반사 이익이 예상되는 휴대폰 부문에서도 원가 절감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풀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물론 ‘위기 상황’을 전하는 기사 속에서도 글로벌 IT업계에 대한 삼성전자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도 많다.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의 정전 사고는 오히려 추락했던 플래시메모리 가격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고 결론짓고 있다. 비즈니스2.0도 1930년 조그마한 국제 무역상으로 출발한 삼성이 수십년간 보여준 위기 돌파 능력이라면 현재 위기도 극복 가능한 것이라며 긍정적 시각을 버리지 않았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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