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요즘 700㎒ 주파수 경매가 뜨거운 관심사가 되고 있다. AT&T와 버라이즌 같은 통신회사는 물론이거니와 구글 같은 인터넷기업도 뛰어들 태세다. 700㎒는 오는 2009년 2월 종료되는, 현재 아날로그방송용으로 쓰이는 대역이다.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내년 1월 이전에 경매를 통해 이 주파수를 할당받을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700㎒ 경매에 대한 관심은 우선 이 주파수가 효율성이 매우 좋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700∼800㎒와 같은 저주파 대역은 전파 도달거리와 회질성이 뛰어나 이동통신과 같은 무선서비스 사업자에게 매우 유리하다. 한국에서 800㎒ 대역을 사용하는 SK텔레콤이 1.8㎓ 대역을 쓰는 KTF와 LG텔레콤에 비해 네트워크 원가비율에서 크게 앞서는 게 좋은 예다. 실제로 최근 6년간 이동통신 시장의 총 당기순이익 가운데 73% 이상이 SK텔레콤에 몰렸다는 보고서도 있다.
하지만 미국인들의 주파수 경매에 대한 관심은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듯하다. 주파수를 부동산에 비유한 경제주간지 포브스의 스티브 포브스 사장의 워싱턴타임스 기고가 가관이다. 주택과 토지 부동산 붐은 사그라든 게 분명하지만 통신 시장에서는 아직 열기가 후끈하다는 것, 그리고 이 열기에 휩싸인 게 ‘통신 부동산 시장의 최상급 매물’인 700㎒ 주파수라는 것이다. USA투데이도 ‘사이버 공간의 마지막 해변가 부동산(the last piece of beachfront real estate in cyberspace)’이라며 가세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미국 정부가 700㎒ 주파수 경매로 물경 150억달러의 수입을 챙길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90년대부터 주파수 경매에서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여 통신산업 진흥과 기술혁신 등에 투자해 왔다. 미국이 세계 최대의 통신시장이며 통신강국이 될 수 있었던 데는 이런 투자 선순환 고리가 유지돼왔기 때문이다. 700㎒ 경매로 벌어들인 수입 역시 그렇게 쓰일 게 분명하다. 역시 미국인들답다.
물론 한국에서도 이런 매물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정부는 이미 주파수 할당 방식을 대가기준으로 전환하기로 한 바 있다. 우선 예고되는 매물로는 오는 2012년 종료되는, 미국과 같은 아날로그 방송용 700㎒가 있다. 이보다 앞서 2011년 이용계약이 만료되는 SK텔레콤의 800㎒도 있다. 주파수의 가치는 용도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참고로 지난 2001년 3G사업자에 할당된 2㎓ 주파수 가격은 총 3조7500억원(약 40억달러)이었다. 만약 700㎒ 등이 다가올 4G서비스용으로 배치된다면 경매가는 천정부지로 뛰게 된다. 이 돈을 미국처럼 IT코리아 경쟁력 제고나 차세대 먹거리 창출에 재투자한다면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가슴 설렐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슴이 뛰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경매시기는 얼마든지 앞당길 수 있다. 700㎒ 대역의 경우 정부가 아날로그방송 종료시기를 당초 2009년에서 2012년으로 늦추는 바람에 재배치가 3년이나 늦어지게 됐다. 800㎒ 대역의 재배치 역시 현재 진행되는 3G 환경으로의 전환 속도를 정책적으로 재촉한다면 그만큼 빨라질 수 있다. 3G로의 조기 전환은 현재 이동통신 3사 사이에 벌어지는 불공정경쟁 논란이나 통신요금 논쟁을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도 하다.
당국자여, 700㎒와 800㎒ 대역의 재배치를 하루라도 앞당겨볼 의향은? 그래서 불필요한 논쟁을 해결하고 IT코리아 경쟁력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해보는 게 어떨는지!
서현진 정책팀장·부국장 대우 j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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