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 정보통신의 상대적 위상이 올라감에 비례,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는 선진국이 갔던 길을 좀 더 효율적으로 따라잡는 것이 아니라, 시장선도자의 위치에 걸맞게 남들이 아직 답사하지 못한 기회를 스스로 발견하고 개척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위험 요소가 높아지고 비용도 많이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가장 유효하고 효율적인 전략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뒷받침이다. 향후 시장은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지, 경쟁국의 움직임은 어떠한지, 우리의 강·약점과 상대적 위상은 어떠한지 등에 심도 있는 정보가 요구된다. 이러한 정보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공공 및 민간부문에서 다양한 정보의 생산 및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정보 수요자는 여전히 정보의 빈곤을 호소한다. 요구되는 정보의 깊이와 종류가 더욱 깊고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타 산업에 비해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IT분야는 어려움은 더욱 큰데, 이는 요구되는 정보가 남들이 갖지 않은 정보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보생산역량이 아직 제한적이어서 해외 시장조사전문기관이 발표하는 데이터를 기본으로 관련 정보를 추가하고 분석해 필요한 세계시장 정보를 만들어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우리가 선도적으로 추진하는 분야의 세계시장 데이터는 아직 산업이 생성되기 전의 것으로써 이에 수요가 많지 않은 관계로 이들도 본격적인 생산을 하지 않아 정보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제 우리도 원천 데이터를 외국에 의존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은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조사·분석 기능이 대폭 세분화되고 규모의 경제 달성이 가능하도록 전문화·집적화돼야 하며, 자체 생산정보를 매개로 세계적 시장 조사기관과 대등한 협력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 및 협상력이 확보돼야 한다.
아울러 정보수집채널의 다양화도 요구된다. 예를 들어 기술개발과제 정보는 우리의 경쟁상대국들이 추진하는 다양한 연구개발(R&D) 프로젝트 정보를 일괄 확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해외에 나가 있는 연구자, 유학생 그리고 국제 공동연구 과정 등에서 파악되는 조각 정보를 잘 모으고 구조화하면 전체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보조사·분석이 하나의 독립적인 학문 영역으로 자리매김해 관련 방법론의 개발과 체계적 인력 양성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현재 정부와 민간 부문에서 정보조사·분석 분야로 투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공공부문에서 아직은 정책적 수요를 최소한으로 지원하는 데 벅찬 것이 현실이다. 정보통신부는 산하기관 및 협회·단체로 영역별 정보가 생산되고 ITFIND라는 종합정보시스템을 거쳐 정책고객 및 일반고객으로 구분된 정보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으나, 이 시스템이 우수DB 품질대상을 수상하고 대표적 민간 포털에도 정보를 제공하는 등 성과에도 불구하고 높아만 가는 수요자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현실이다.
내년 초 정권교체기를 맞아 각 부처는 참여정부 동안의 성과를 종합·점검하는 한편으로, 새로운 R&D 및 산업 육성 프로그램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향후 5년간 수조원의 투자가 이뤄질 중요한 청사진이 그려지고 있다. 그 청사진 속에 획기적인 정보창출 능력 확대 전략이 포함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10년 후를 대비한 5년 후의 청사진은 더욱 신뢰할 만한 정보에서 더욱 훌륭한 정책으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최근 WTO 분쟁 대응, 혁신 생태계 강화 등을 위해 공공부문의 R&D 지원방식이 자금의 직접지원 위주에서 점차 간접지원 방식으로 전환해 나가는 추세에도 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효은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정보서비스단장> lee@iita.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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