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개성공단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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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인건비 상승, 내수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접 국가인 중국 및 개발도상국으로 진출하는 많은 제조업체와 해외로 제조 기반을 옮길 수밖에 없는 제조업체 국내이탈 관련 소식을 들을 때면 왠지 마음이 답답하다. 마치 개발도상국 투자만이 우리 기업의 살길인 것처럼 여겨지는 현실이 서글프기까지 하다.

 그러던 참에 민족공동체포럼 경협분과위원회 주최의 개성공단 방문 기회를 갖게 됐다. 기업 투자 환경 면에서 경제적 입지 조건과 인력 조달 그리고 제품 제조에서 가격과 품질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면 개성공단은 최적의 투자지다. 우리 수도인 서울과 인천국제공항 및 인천항으로부터 불과 60㎞ 이내며 어느 교통수단을 이용해도 1∼2시간 이내에 물류 이동이 가능하다. 같은 민족, 동일 문화와 동일 언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작업 매뉴얼 습득, 신기술 교육 전수, 작업자와 관리자 간의 실시간 업무 협조가 가능하며 품질 문제 발생, 납기 조정 등 어떠한 사항도 원만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보다 더 좋은 투자 입지 환경은 없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저렴한 인건비와 비교적 북한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고학력의 고급 인력을 채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되는 제품의 생산성은 물론이고 품질이 국내 수준과 동등 이상이라고 한다.

 개성공단은 개성 공업지구라는 경제특구로 주요 기반시설을 갖추고 남북 경제 협력 및 성장, 발전에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수출 전초기지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개성공단은 고려 500년 도읍지 개성시를 배후도시, 복합 기능도시로 건설해 중국·러시아·유럽까지 육로 철도 물류가 가능한 동북아 허브 거점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향해 오늘도 1만7000명에 가까운 남북 노동자와 정부 관계자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1차 시범단지 30여개 업체가 개성공단 투자에 비교적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리고 있으며 최근에 마감한 2차 진출 희망 업체 지원에 2.4 대 1의 높은 경쟁률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토지와 인력의 합작품으로 남북 경제 교류 협력의 중심에 서 있다.

 또 관세 면제·보증제도·출입절차 간소화 등 투자 환경이 개성공단 출발 3년의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변화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현재 근무하는 인력과 기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부대시설인 소방대·오수 처리장·출퇴근 버스·은행·협력 병원·편의점 등이 이미 들어섰으며 추가 시설 확충과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면 명실상부한 남북한에 국한되는 공단이 아니라 동북아 허브로 외국 기업 유치 및 외자 유치도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본다.

 다만 남북 분단의 현실 속에서 대내외적 정치적 상황과 변수에 따라 어떠한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아직 숙제로 남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 협상에서 역외가공지역(OPZ) 추후 협상 대상으로 외국인 투자 전용 단지로 조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고 향후 개성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받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많은 국내 중소기업이 개성공단 진출에 관심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분명한 것은 기업 사활을 걸고 투자 입지 조건이 우수한 나라로 국내 기업이 진출해야만 하고 가까운 장래에 남북통일을 위해 다양하게 남북경제협력을 활성화해야 한다면 개성공단은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아닌가 생각한다. 제조 공정에서 같은 얼굴색을 가지고 수수한 모습으로 정치 색깔 없이 진지하게 맡은 바 작업에 충실히 열심을 다하는 북한 노동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남북한이 통일된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켰으며, 어쩌면 개성공단의 성장 발전이 통일 한국을 앞당기고 남북 화합의 장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2000년 6·15 선언 이후 남북 교역량이 매년 20% 이상 급신장했다. 개성공단이 우리 기업의 새 활로로 자리 잡고 더 나아가 통일의 전초기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김형규 <민족공동체포럼 간사·엘지에스 이사> hkkimbest@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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