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코리아 2010]6부-SW인력이 경쟁력이다②단발성 인력 공급 정책 ‘스톱’

 ‘53.4’. 지난 해 중소기업의 소프트웨어(SW) 고급 인력 충원 정도를 나타내는 숫자다. 다시 말하면 중소 SW 기업은 필요한 고급 인력의 절반 정도(53.4%) 밖에 충원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사람이 전부라고 할 수 있는 SW 산업의 인력 부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노동부의 노동력 수요동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SW 산업의 인력 부족 정도는 산업 전체 인력 부족 정도의 2.5배 가량인 것으로 집계됐다. 매년 배출되는 SW 전공 졸업생의 수는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 덕에 중소기업의 SW 초급인력 수요는 88% 가까이 충족됐다. 수적인 인력부족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우수 인재가 SW 산업을 기피한다는 점이다.

 ◇심각한 질적저하 문제=SW 인력에 대한 기업 만족도는 기계·금속 등을 포함한 총 24개 산업 중 19위에 이를 정도로 시장 수요에의 부합정도가 낮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자원부가 실시한 산업기술인력현황조사에서 SW 산업의 인력 만족도는 조립 금속제품 제조 산업에도 훨씬 못미쳤다. 인력 생산성도 다른 산업에 비하면 1/3∼1/4에 불과한 수준이다. 정보통신산업 통계연보에서 패키지 SW 노동생산성은 통신서비스 노동생산성의 1/4을 겨우 기록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대기업은 초급인력은 90% 충원률을, 고급인력도 87∼88% 충원율를 보이고 있다. 역시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이유는 시장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에서 우수 인력이 부족하면 산업의 기술 경쟁력이 약해질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기업의 재투자를 감소시켜 인력 기피·이탈 현상을 초래하고 다시 우수인력 부족사태를 빚어낸다.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의 노력이 모두 필요한 상태이며, 정부는 특히 초급 인력 양성에 집중해 있던 정책 기조를 바꿔 고급인력을 양성하고 산업을 키우는 노력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조풍연 메타빌드 사장은 “시간이 갈수록 좋은 인재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다름없다”며 “우수 인력이 특정 분야에만 집중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발성 정책은 이제 그만=정부는 1997년부터 지금까지 SW 인력을 포함한 IT 인력 양성을 위해 IT 학과 정원확대, 교과과정 개편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대학과 같은 인력 양성의 현장에서는 이론 중심 교육 방식을 고수해 시장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적기에 공급해 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수 인력이 배출된다 하더라도 좋은 대우를 보장할 수 없는 산업환경상 우수인력의 SW 분야 기피현상을 막는 데 역부족이다. 노동부의 SW 인력 부족현황 조사보고서는 다른 산업은 부족도가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 비해 SW 산업은 그 지수가 계속 증가해 2006년 지수가 2004년에 비해 2배 가까운 숫자를 나타내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하고 있다.

 SW기술진흥협회 윤태권 사무국장은 “초급인력을 평가하고 양성하는 시스템은 비교적 나은 편이지만 중고급 인력을 배출 능력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노동부 등은 다양한 교육지원 제도를 펼치며, 기초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민간과 정부에서 인정하는 SW 자격증도 대부분 입문 초급과정을 평가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노동부·산자부·중기청·정통부 등이 모두 IT 관련 인력 양성사업을 펼치고 있으나 오히려 초급 인력만 과다하게 배출하는 결과도 낳았다. 결국 정부는 SW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인력 공급 정책을 펴 왔지만, 우수 인력의 이탈을 막을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주지는 못했다. 예를 들어 SW 신기술과 공개SW 인력을 배양할 목적으로 마련된 IT 인력 고도화 지원 사업에 2004년부터 108억원이 투입됐지만 단기 교육체계에 집중됐으며, 배출 인력의 지속적인 사후관리는 미흡했다는 평가다. 대학 IT 전공 역량강화 사업도 기자재 구입비 등으로 260억원의 예산이 소요됐으나 취업과 직결되지 않아 학생들은 그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교수 선발 및 업무 실적 평가에서 실무보다는 이론과 논문이 더 중요시 되고 있는 점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다. 대부분의 대학은 교수의 능력을 평가할 때 논문과 연구 실적, 영어 강의 능력을 평가하지만 산학 협력 등 실질적인 실무 배양을 위한 능력에 대한 평가는 전체 평가 기준의 10%에도 미치고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 등을 통해 양성된 초급 인력에 대한 현자에서의 재교육을 펼쳐야 하지만, 중소기업은 엄두를 못내고 있다. 특화된 맞춤형 과정이 없을 뿐아니라 경제적인 여건도 부실하다. 게다가 중소기업은 교육은 개인이 할 일이라고 생각하거나 투자 대비 효과가 미흡하다는 생각이 팽배해 초중급 SW 인력을 자발적으로 고급 인력으로 양성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정통부 권용현 SW 협력진흥팀장은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SW 우수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인력이 배출되지 않은 노동시장 뿐 아니라 좋은 대우를 통해 인력을 유인하지 못하는 실물시장 문제를 맞물려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물시장 고려한 정책 필요=실제 시장에서는 우수 인력 부족과 기업 수익성 악화 현상은 상호작용해 우수 인력 이탈과 기업 경쟁력 악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산업 경기가 좋지 않을 때일수록 이를 해결할 동인인 우수 인력이 많아야 하지만 우수 인력은 침체된 산업으로 오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들을 유인할 여러가지 혜택이 필요하다. 그러나 세제 혜택 등 다양한 혜택이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해당산업을 부흥시켜 자발적으로 인력이 모여들도록 하는 것이다.

 먼저 기업 수익성을 강화하는 사업을 펼쳐 기업의 재투자를 증가하고 이를 통해 인력이 유입되도록 하고 우수 인력이 확대되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다. 다시말해 인력 양성 사업과 함께 수요 창출을 위한 시장 개선 작업도 병행하는 것이 결국 인력 구조를 개선하는 일이 될 것이다.

 정통부 권용현 팀장은 “단발성 인력 공급 정책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적극적 시장 창출 지원 정책과 교육체계 개선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기고-사업하기 좋은 환경 먼저 조성: 권용현 정통부 SW협력진흥팀장 kwonyh@mic.go.kr

 어느 산업분야를 막론하고 좋은 대우를 받고 좋은 경력을 쌓을 수 있는 분야에는 전 세계에서 인재가 몰리기 마련이다. 반대의 경우도 동일하다. 좋은 일자리가 없는 분야는 좋은 사람들이 떠나기 마련이고, 좋은 사람들이 떠나는 분야가 저절로 상황이 좋아질 리도 만무하다. 현재 SW분야는 구직난과 구인난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좋은 대우를 해주는 직장을 찾을 수가 없어 업계를 떠난다는 말이 나오며, 기업 입장에서는 좋은 인재를 구할 수 없어 사업을 못할 지경이라고 힘들어한다.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선 악순환 고리 중 한 부분을 강하게 변화시키는 방법이 필요하다. 악순환이 자연스럽게 선순환으로 바뀌길 기대하기 어려운 이상,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한 자극의 정도는 매우 치밀하고 강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처방의 목적은 우선 SW기업들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SW기업들이 돈을 많이 벌면 R&D나 인력에 대한 재투자를 늘일 수 있게 되고, 이는 우수인재가 SW분야로 모이는 선순환을 촉발하게 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공부문 분리발주 의무화, 대기업 참여하한 상향조정 등 공공부문 구매제도 개선을 더욱 강하게 추진하고, 새로운 사업기회 창출을 도모하기 위한 시범사업 및 R&D 등을 확대할 것이며, 시장 참여자들의 경쟁환경 개선을 위해 불공정 내부거래 및 불합리한 하도급관행을 합리적으로 시정할 것이다. 특히 쥐어짜기식 하도급으로 인해 발생하는 SW개발자의 근무환경 악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계적인 시장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필요시 형사고발 등 강력한 시정조치를 취하도록 할 것이다.

 SW기업의 사업 여건을 마련해 줌과 동시에 SW시장의 발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우수인력이 지속적으로 시장에 참여하도록 교육체계 개선도 지원할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매년 약 1만8000여명의 SW관련 인력이 배출되는데 반해 중국과 인도에서는 각각 40만명 이상의 SW관련 인력이 매년 배출되고 있으며, 그 수준도 상위계층의 경우 매우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통하여 배출되는 인력이 그 양(量)으로 중국 및 인도와 경쟁하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며, 한국은 최고급 교육을 통해 그 질(質)이 매우 높은 고급인력을 배출해 시장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다른 IT분야에 비하여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는 SW시장에서 한국 SW기업이 경쟁력을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SW개발자들의 수준 역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어야 한다. 수준 낮은 개발자들로 구성된 우리 기업이 엄청난 자금, 기술 및 네트워크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과 동등하게 경쟁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국내시장이 아닌 세계 어느 곳에서도 우대받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인재만이 SW분야에서는 고급인재라고 할 수 있으며 앞으로는 이러한 고급인재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까지 이루어져 오던 산발적이고 단기적인 교육지원정책은 지양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SW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재들에게 최상의 교육이 제공될 수 있도록 고등학교, 대학교 및 재직자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NHN은 2006년 5천7백억원의 매출과 함께 법인세로 665억원을 납부했다. 아직 삼성전자나 SKT 등 타 IT분야의 선두기업에 비해서는 작은 규모지만, 정부가 SW분야에 아무리 많은 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NHN과 같은 기업이 몇 개만 나오면 그 투자액은 충분히 회수하고도 남는다는 점은 쉽게 파악될 수 있다. 더구나 SW개발 업무는 더 이상 NHN을 포함한 일반적인 SW분야, 즉 IT 서비스, 패키지, 디지털 콘텐츠 및 인터넷 서비스 분야에서만 필요로 하는 업무가 아니다. 자동차, 가전, 휴대폰 등 다른 산업에서도 개발원가 중 SW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40%를 넘고 있다. 우수한 SW인력이 없으면 국가 산업 전체의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이에 대한 대응은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이고 과감히 시행돼야 할 것이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