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객을 대하는 퀄컴의 자세

 ‘고객을 왕처럼 대하라’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퀄컴과 브로드컴 간 칩 특허 분쟁을 취재하던 중에 뜬금없이 허름한 가게에 붙어 있던 액자의 이 문장이 떠올랐다. 퀄컴이 고객을 대하는 자세 때문이다. 퀄컴은 대부분의 사안에 “공식적으로 발표된 자료 외에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일관되게 말하고 있다. 이번 분쟁은 자칫 국내 휴대폰 업체의 대미 수출에 차질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엄청난 사안이다. 국내 대표적인 휴대폰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해외 수출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미국 지역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분쟁 과정에서 나오는 자그마한 변화도 주가나 대외신인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들은 또한 현재의 퀄컴으로 성장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해 온 파트너이자 고객이다. 이번 사안이 미치는 여파를 고려할 때 당사자인 퀄컴은 최대 고객에게 영향을 주는 모든 사안은 친절하게 태도를 표명해주는 것이 의무에 해당된다.

 국내 업체들은 미국 행정부가 브로드컴의 손을 들어준 이후, 특허 문제는 이미 해결됐으며 수출에는 지장이 없다는 것을 취재진과 애널리스트에게 설명하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반면에 이 상황에서도 퀄컴은 여전했다. 특허 회피 기술 제공 여부를 여전히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만 앵무새처럼 읊을 뿐이었다. 고객은 받았다는데 줬다는 개발기업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철저히 책임지지 않는’ 태도만을 보여줬다.

 지난달 미국 통신업체인 버라이즌와이어리스가 브로드컴에 특허료를 지급하기로 한 이후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구상권에도 명확한 방침을 나타내지 않았다. 앞으로 버라이즌와이어리스가 라이선스료를 전가할 경우, 국내 기업은 퀄컴이 책임이 있다고 얘기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퀄컴은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가 공식 견해다. 물론, 퀄컴이 입장을 안 밝혔다고 해서 법적으로 잘못이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고객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도의적인 차원에서 배려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왕’처럼은 아니라고 해도 최소한 ‘고객’으로 대접은 해주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싶다.

서동규기자<퍼스널팀>@전자신문, dk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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