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사용이 급증하는 여름철을 맞아 서머타임제 도입을 놓고 논의가 한창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이미 지난 3월에 시작했으며, 일본도 긍정적으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일본이 서머타임제를 시행하게 되면 OECD회원국 중 시행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아이슬란드 단 두 나라뿐이다. 세계 각국이 서머타임제를 도입하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여보기 위해서다.
서머타임제 도입논란은 논외로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에너지 사용현실은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수입액의 27.7%에 이르는 규모다. 세계에서 인구가 25위에 불과한 우리나라가 쓰는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10위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도 우리나라의 에너지 절약 노력은 미흡함을 넘어 심각한 지경이다. 국제 석유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데도 냉방온도가 지나치게 낮아 사무실에서 점퍼나 스웨터를 덧입고 있다. 한겨울에는 실내온도가 너무 높아 속옷차림으로 여름처럼 지낼 정도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IT인프라를 갖춘 디지털강국이다. 데일 조겐슨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은 IT강국이지만 정작 산업에서의 IT활용도는 낮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나는 한걸음 더 나아가 IT를 에너지 분야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해외 IT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IT를 활용하면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는 가정내 절감 방법으로 ‘에너지 자동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하는 것으로 이 시스템으로 평균 10∼13% 에너지 사용량이 감소했다. 자동검침 시스템을 이용해 에너지량을 가정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상 월 소비액까지 알 수 있다. 또 자동 온도조절장치를 설치하면 냉난방 온도가 적정 수준으로 자동 조절된다.
둘째는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대중음식점이나 편의점 등을 대상으로 ‘에너지 세이빙 스토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다. 일본 야마타케사는 사용기기에 센서를 장착해 365일 24시간 에너지 관련 데이터를 수집·관리하는 에너지관리시스템으로 낭비요소를 제거했다. 건축된 지 20년이 지나 에너지 소모가 컸던 고호쿠 종합병원은 이 시스템 도입으로 연간 8%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두었다.
셋째는 이런 대책들을 추진하기 위한 법·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 우선 누진제로 추진되는 가정 부문의 에너지 가격정책을 점차 ‘시간대별 차등 요금제’로 개선해야 한다. 캘리포니아주는 피크타임에 높은 요금을 부과하는 ‘시간대별 차등 요금제’를 실시해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뒀다. 우리나라도 소비자의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경직된 에너지 가격정책에서 벗어나 유연한 에너지 요금정책이 필요하다.
또 기업과 가정 등 모든 단위의 에너지 소비자가 에너지 이용 효율화 방안을 빠르게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단순히 에너지 절약만을 강조하는 소극적인 정책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인 정책개발과 홍보가 필요하다. 예컨대 에너지 절약 시스템이나 정책을 수용한 건물에는 ‘에너지 절감 빌딩 인증’ 마크를 부여하고, 에너지 이용 효율화 방안을 수용하는 소비자에게는 세제혜택이나 보조금 지급 등과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세 가지 대안이 정답은 아닐지라도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에너지 문제를 IT로 해결해 보자는 새로운 접근이라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프라에만 치우친 허울 좋은 ‘디지털 강국’이 아니라 이제는 IT가 국민의 생활 속에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도움을 주는 ‘기술도우미(Assistive Technology)로서 자리 매김이 필요한 때다. 바로 ‘에너지 분야’가 IT와 비IT 접목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김창곤 <한국정보사회진흥원장> ckkim@ni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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