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나라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라는 경계성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곧바로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주도해온 IT산업에 대한 위기감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IT산업이 다양한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반도체나 휴대폰·디스플레이장치와 같은 하드웨어 위주의 특정품목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지난해 국내 IT산업의 분야별 비중을 살펴보면 전체 IT생산액 248조원 중 소프트웨어 및 컴퓨터 관련 서비스가 22조6000억원으로 9.1%에 불과하다. 2005년 기준으로 6687억달러 규모인 세계 SW시장에서도 1∼2%의 점유율 밖에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포화상태에 이르른 하드웨어 분야를 넘어 우리가 성장할 가능성이 큰 분야가 바로 SW시장이다. 이에 따라 특정 품목의 편중화 현상을 탈피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인 SW 분야에 핵심 기술 확보와 이를 뒷받침할 글로벌 인재 육성이 절실하다.
◇글로벌 SW인재는 문화 형성부터=SW컨설팅 전문업체 ABC테크의 김익환 사장은 지난 2003년 ‘대한민국에는 소프트웨어가 없다’란 파격적인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SW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맞는 문화가 먼저 성숙돼야 하는데 한국에는 그런 문화의 형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어떤 일에 있어 의도와 과정을 중시하는 것에 반해 우리나라는 결과를 중요시한다. 이런 문화는 SW산업에도 그대로 반영돼 우리나라는 중간 프로세스보다는 결과를, 미국은 개발과정의 프로세스를 중요시 한다. 또, 결과는 프로세스의 산출물로 받아들인다.
이런 지적이 나온 지 5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SW 개발시 과정보다는 결과에 집착하고 있다. 회사나 개발자들은 과정이야 어찌됐던 여전히 결과에 급급하다.
또, SW인력 구조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SW인력을 그저 코딩이나 하는 사람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실제 SW개발인력에는 프로그래머·소프트웨어 엔지니어·시스템분석가·아키텍트 등이 있고, 보조 역할을 하는 웹 디자이너와 시스템관리자·DB관리자 등이 있다.
이들 인력 간에 균형이 맞아야 이상적이다. 아키텍트는 건축가와 같이 전체 구조와 기술을 선택하는 지휘자의 역할이며 시스템분석가는 시스템의 사양을 분석하고 난이도 평가, 업무 할당 등 엔지니어를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엔지니어는 컴포넌트 레벨의 기술적인 디자인과 코딩을 하게 된다. 소프트웨어 인력의 건전한 양적 구조는 피라미드형으로 꼭대기부터 아키텍트, 시스템 분석가, 엔지니어, 프로그래머의 순으로 형성돼야 한다.
김익환 사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SW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아키텍트·시스템분석가·엔지니어·프로그래머 등으로 이뤄진 SW인력의 선 순환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며 “SW개발 업체는 물론 인력들이 개발단계를 철저히 이해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수 인력이 유입될 수 있는 환경으로=한 SW벤처업체 사장은 얼마 전 회사 핵심 개발자의 사표를 받았다. 그 개발자는 학창 시절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SW개발자로 일했지만 동창생들과 3배 정도 차이 나는 연봉으로 더 이상 벤처에 머무를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개발자는 SW벤처기업을 떠나 금융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나마 있던 우수 인력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기는커녕 SW 산업을 떠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의 분석에 따르면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SW기업이 적고 처우가 낮아 SW분야 인력 기피 및 이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SW분야의 이직률은 타산업 대비 가장 높은 수준(3.0%)이며, 특히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이직률(3.3%)이 더욱 높은 실정이다.
이렇게 우수 인력이 SW산업을 떠나는 것은 대기업 중심의 하도급 구조와 잘못된 프로젝트 수행 관행으로 SW개발자들의 근무환경은 더욱 열악해졌기 때문이다. SW개발자의 환경은 프로세스를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짧은 프로젝트 기간과 잦은 고객사 요구 변경으로 더욱더 결과에 집착하는 형태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SW인력에 대한 기업 만족도는 총 24개 산업 중 19위에 이를 정도로 시장수요에 부합 정도가 낮은 수준이다. 산자부의 산업기술인력현황조사에 따르면 산업별 보유인력 만족도가 가장 높은 산업은 담배 제조업으로 1위를, 출판인쇄 및 기록매체 복제 업이 5위, 조립금속제품 제조업이 10위를 차지했다. SW업은 19위로 전체 만족도 평균인 4.2보다 낮은 4.14를 나타냈다.
김대환 소만사 사장은 “글로벌 SW인력을 육성하는 것은 개발자 본인의 역할보다는 SW회사들의 몫”이라며 “제대로 된 SW를 만들고 이를 정당한 대가에 사주는 건전한 SW산업 생태계가 조성되면 글로벌 SW인력의 경쟁력은 당연히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
세계적 소프트웨어(SW)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은 어떤 인재를 원할까.
로버트 슬레이터가 쓴 ‘빌게이츠와 스티브발머의 마이크로소프트 재창조’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인재 채용시 새로운 지식을 실시간으로 신속하게 흡수하는 능력과 예리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을 본다. 또, 서로 다른 분야 지식들 간의 연관성을 찾아내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프린트된 코드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뛰어난 프로그래밍 능력을 요구한다.
심지어 운전이나 식사할 때조차 코드를 생각하는 열의와 함께 극도의 집중력도 채용의 기준이 된다고 한다. 특히, 프로그래머라 할지라도 기술 이외의 것에 대해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을 원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여러 면에서 제품 위주의 회사이지만 소비자를 고려할 수 있는 기술자를 필요로 한다.
구글은 인재를 선발할 때 생각과 추론 방식을 파악하는데 노력한다. 합리적인 설명을 통해 답을 도출해 낼 수 있는가를 보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문제들은 정답이 없지만 어떤 단계를 통해 그들의 생각을 완성하는지를 평가한다.
최근 방한했던 구글의 데니스 황은 “구글은 대학 졸업장을 중요시하지 않는다”며 “학벌에 상관없이 오직 실력 있고 창의적인 인재를 선별한다”고 강조했다.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
◆기고-한국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 플랫폼 전도사업부 박남희 상무
갈수록 심화하는 국제적인 경쟁환경에서 일부 일류기업들에 의해 주로 제창되던 글로벌 인재에 대한 요구는 모든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 상으로 거듭났다. 특히, 좁은 국토와 부족한 천연자원을 가진 우리나라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유일한 자원이자 가치는 글로벌 인재라고 말하는 목소리는 한층 높아졌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자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전 세계 각지를 돌며 글로벌 인재를 찾아 나섰고, 대학과의 산학협력을 통해 적합한 인재를 발굴 및 양성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글로벌 인재 영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육 분야 역시 영어·중국어 등 언어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BK21사업·글로벌 인재양성특구 지정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 글로벌 인재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곳에서도 역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이공계의 핵심 인재들을 발굴, 양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의 가치인 ‘혁신(Innovation)’의 실현을 위해 글로벌 인재에 대한 보다 명확한 기준을 정하고 적절한 양성 프로그램을 실행해 기업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 부문으로 학생들에게 도전의식과 협력하는 리더십을 배양할 수 있는 국제 IT 경진대회, 세계 학생들과 아이디어·정보·IT 연구를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턴십 프로그램, 글로벌한 시야와 상호 이해 능력을 갖춰나갈 수 있는 학생 파트너 프로그램이다. 진행하는 모든 프로그램은 글로벌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어 참여학생들이 지속적으로 국제적인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글로벌 인재 양성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이매진컵’은 위 세 가지 영역을 고루 배양할 수 있도록 고안돼 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세계 유일의 소프트웨어 및 IT대회인 이매진컵은 참가학생 수만 12만명에 이르는 세계적인 행사다.
해마다 주어지는 대회 과제에 따라 창의적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부문을 비롯한 9개 부문에서 국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대회다. 참여하는 학생들은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한 필수 요건인 문제해결을 위한 협동뿐 만 아니라 창의적 비판, 자유로운 의사소통능력·책임감·자기규율 발전 경험 등을 개발할 수 있다. 또, 세계 각지에서 진행되는 대회에 참여하고, 세계 IT 석학들을 만나는 기회는 학생들에게 평생 끊임없이 도전의식을 일깨우는 자극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은 각 지역사회의 학교와 비즈니스 현장 간, 국경 간 모든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형태로 계속 확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인재들이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끊임없이 변하는 세계 비즈니스 현장에서 어떤 인재들을 원하고 있는지 명확히 알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하는 노력은 사업 및 지역 사회의 발전, 궁극적으로 보다 나은 미래 사회에 이바지할 것임을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비즈니스 현장에서 진정한 경쟁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서 제품 및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고 기술, 문화, 언어 모든 면에서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한 인재들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가 날로 치열해지는 세계경쟁환경 속에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인력자원의 저력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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