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OLED업계의 조급증

 본지가 지난주 ‘AM OLED가 온다’라는 시리즈를 연재하자 지금까지 물밑에서 OLED사업을 준비해온 중소업체의 반응이 뜨거웠다. 대기업의 사업 전략을 구체적으로 캐묻는 e메일이 잇따르는가 하면 몇몇 사장은 직접 전화를 걸어와 향후 시장전망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주로 OLED 재료와 장비를 개발 중인 이들은 길게는 5년 이상 변변한 매출 없이 버텨온 터라 하루라도 빨리 시장이 커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이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왠지 모를 조급증에 사로잡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대뜸 “정말 OLED 시대가 오기는 오는 건가요”라고 쏘아대며 묻는가 하면 “올해도 안 되면 다른 사업으로 바꿀 생각”이라며 체념하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었다.

 시리즈가 끝난 뒤 기자는 한 통의 e메일을 더 받았다. 업계 한 관계자가 참고용으로 보낸 일본 OLED 재료업계 현황 자료였는데, 그 자료를 보면서 한국업체의 이른바 ‘냄비’ 기질을 극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주우화학·삼릉화학·출광흥산 등 다소 생소한 일본 업체의 OLED 재료 개발 연륜은 벌써 20년을 넘긴 게 예사였기 때문이다. 5년 남짓 이력으로 사업 포기를 운운하는 업체와 20년간 묵묵히 한 우물을 판 업체가 싸운다면 결과는 어떨까.

 굳이 멀리 볼 필요도 없이 지금 한창 진행 중인 2분기 실적발표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상반기 국내 설비투자가 급감한 여파로 장비업체가 줄줄이 적자 전환한 가운데 주성엔지니어링·피에스케이 등은 수출 호조로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위기에 돋보이는 이들 업체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그동안 숱한 유혹에도 한눈 팔지 않고 주력 장비 개발에 매진했다는 것이다. 시장은 항상 변한다. 기업의 흥망도 변화의 길목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에 따라 갈린다. 변화의 길목에서 변화를 잡을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적어도 조바심은 아니다.

 장지영기자<디지털사업팀>@전자신문, jya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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