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로즈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외사계에서 수색구조대만 파견했습니다. 해경 차원에서 해양사고조사반이나 현장감식반도 보냈어야했는데…”
올 3월 해경 연구개발센터 내 정식 조직으로 출범한 과학수사연구팀 박일남 팀장의 말에서는 당시 ‘한계’에 대한 아쉬움이 그대로 묻어났다.
해경에 과학수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충돌흔’을 바탕으로 선박충돌 사건을 해결하거나, 해양폐기물 분석을 통한 증거 확보 등도 과학수사의 연장선상이다. 형사계에도 과학수사 전담요원을 지정해왔다. 그러나 사실상 활동이 유명무실했다. 사건 발생에 따른 현장 검증이나 관련 증거물 채취는 대부분 국과수나 ‘육경(해경에서는 경찰을 이렇게 부른다) 과학수사센터’의 도움을 받았다. 해경이 현장 검증에 직접 참여하는 일은 드물었다는 얘기다. 이런 답답함은 해경 스스로 풀어야할 오랜 숙제 중 하나였다.
해경은 올 3월 해경 사상 처음으로 해양사고범죄분석이란 주제의 세미나를 열었다. 과학수사연구팀이 주축이 돼 내부 관계팀 전체가 참여하는 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이어 해경은 3개 지방청 광역수사팀, 기획수사팀 요원들이 참여하는 워크숍도 개최했다. 지난해 지방청 출범에 따라 효과적인 기획수사 활동 기반을 만들고, 특히 지능화, 조직화되는 해상범죄를 보다 과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해경은 전체 과학수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갖출 계획이다. 지방청에서도 수사팀을 포괄, 청 차원의 광역, 기획수사를 보다 과학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지금까지 해양사고나 범죄 기록을 단순한 수치통계로 관리하고, 경찰청의 범죄정보관리시스템이나 서울지방경찰청의 수사관리통합시스템을 이용한 관행도 이번 기회에 바꿀 계획이다. 연간 5만여건의 해양범죄를 독자적으로 관리, 해양사고의 패턴을 명확히 규명하고, 일선 수사팀에서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든다는 목표다.
박 팀장은 “경찰청 시스템이 해양범죄 특성을 반영하는데 아무래도 미흡할 수밖에 없다”며 “다목적 해양수사 기록물을 관리,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과학수사의 근간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시스템은 올 11월 1차 가동 목표다.
해경 과학수사연구팀은 전문가로 구성돼있다. 화공학 박사 출신으로 해경 과학수사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박일남 팀장을 비롯해 현장감식 등 현장 수사에 잔뼈가 굵은 최강호 경위, 화공학 석사 출신인 구성완 주무관, 공군 기상예보관 출신으로 위성, 레이더 정보 취급에 전문가인 김영남 주무관 등 4인이 해경 과학수사의 길을 닦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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