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를 잘 아는 이들은 삼성의 가장 큰 경쟁력이 위기관리 능력이라고들 한다. 당장은 잘나가도 내부에서는 늘상 위기를 부르짖고 예측 못한 미래상황에 대비하려는 삼성의 자세는 높이 살 만하다. 그런데 요즘 삼성을 보면 내부 경영을 벗어나 마치 한 나라의 위기상황 여부도 스스로 결정짓고 나아가 개입한다는 느낌마저 든다. 샌드위치 위기론을 강조하며 우리 경제를 걱정했던 이건희 회장은 지난달 초만 해도 그 위기가 심해지고 있다고 다시 한 번 긴장감을 부추겼다.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과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최도석 사장도 올해 경영상황은 거의 비상에 가까운 수준이라며 안팎에서 위기를 강조해왔던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던 삼성이 최근 새삼스럽게 긴급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위기론 봉합에 나섰다. 삼성전자·삼성SDI 등 일부 계열사의 실적 악화가 잘못 전달된 것이라며 그룹 전반적으로는 실적이나 투자 모두 더 양호해졌다는 정반대 주장이다. 하지만 밖에서 보기에는 삼성의 이런 모습이 해프닝을 넘어 호들갑으로 비쳐지기까지 한다. 누가 묻지도, 경제상황을 평가해 달라고 하지도 않았던 ‘위기론’의 진원지는 다름아닌 삼성 최고 경영진이기에 더욱 그렇다.
물론 이유는 있을 터다. 국내 경제의 버팀목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가뜩이나 어렵고 더욱이 대선까지 겹친 올해 경제상황에서 구조조정설·공장해외이전설 등으로 괜한 위기감만 고조시킨다는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도 이해된다.
“언제 우리가 위기를 강조하지 않은 적이 있습니까”라는 삼성 임직원의 말처럼 내부 관리 차원이라면 얼마든지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종사자와 협력사의 운명을 쥐고 있는 위상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위기론을 둘러싼 삼성의 처신은 가볍게 비쳐지거나 대외적인 눈치의 산물로 보인다. 비록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많은 국민이 삼성은 한 국가의 위기상황을 재단할 수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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