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 제작환경이 디지털로 바뀌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어요. 또 실수를 하더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으니까 독자와의 소통은 훨씬 좋아졌다고 봐요.”
‘귀신’ ‘환장’으로 주목받는 만화작가 석정현(31)은 지난 6월 프랑스의 유명 만화 출판사 커스터만이 ‘귀신’의 불어판을 출간한 이후 현지에서 높은 인기를 얻어 최근 파리 만화 페스티벌에 정식 초청됐다.
석 작가는 데뷔 이래 스타일리스트란 평을 받음과 동시에 국내에서 손꼽히는 ‘디지털 일러스트레이터’로 통하며 자신의 영역을 굳혀가고 있는 신예 작가다.
석 작가는 “디지털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디지털 파일로 전송되기 때문에 변형이 적은 점과 즉석에서 수정·변형이 가능한 ‘언두(undo)’기능 등을 디지털 만화 제작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향후 작업도 “어떤 식으로든 디지털로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러브콘서툰 등의 행사에서 음악에 맞춰 페인터(2D 그래픽 제작 프로그램)로 즉석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선보이는 ‘디지털 페인터 쇼’는 그의 유명세를 더하는 작업이다. 그는 디지털 페인터 쇼에 대해서 “현장에서 디지털로 그림을 그린다는 자체가 굉장한 구경거리”라고 설명했다.
이미 페인터와 관련한 책자도 내고, 강연도 할 만큼 디지털로 작업하는 것이 익숙한 그이지만 그도 처음에는 디지털 작업 환경이 낯설었다.
“저도 처음에는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면 배신이라고 생각했어요. 매체를 못 다루니까 엄두를 못냈고, 배척했던 거 같아요.”
석 작가는 올 가을 출간 예정인 ‘괴물’ 작업이 끝나면 신작 영화의 컨셉트 디자이너로 참여할 계획이며 ‘귀신’의 후속편도 구상 중이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