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반도체 벤처기업이 애플이나 노키아 같은 대형 글로벌 기업에 직접 칩을 공급하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업체들이 거래하는 대형 기업에 반도체 IP 라이선스를 공급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팹리스 반도체 업체인 애트랩(ATLab)의 이방원 사장(48)은 최근 세계 5대 반도체 기업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에 자사의 반도체설계자산(IP) 라이선스를 판매하면서 주목을 끌었다.
ST마이크로는 이를 기반으로 ‘S-터치’라는 이름의 터치 센서 칩을 개발했는데, 국내 반도체 기업이 ST마이크로처럼 세계 톱5에 드는 반도체 기업에 IP를 판매한 사례가 극히 드문 데다 사이프레스·퀀텀·시냅틱스 등 경쟁사를 제끼고 IP 라이선스 공급 계약을 맺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애트랩이 공급한 IP는 이 회사가 특허를 보유한 DCC(Digital Contact controller) IP다. DCC는 사람 손가락의 접촉 유무와 움직임을 감지하는 터치 센서로 기존 센서와 달리 주변 온도와 습도 등 환경이 변해도 일정한 감도를 유지하는 고유 기술이 적용됐다. 특히 회로 전체가 디지털 기술로 구성돼 소비전력이 기존 터치 센서보다 최대 10분의 1 작고 속도도 5배 가량 빠르다.
현재 이 IP를 기반으로 한 칩은 휴대폰·MP3플레이어·PMP 등 휴대형 전자제품과 디지털 가전 제품 등 100여가지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의 MP3플레이어 ‘삼성 옙 U-3’, 엠씨스퀘어, 코원의 ‘아이오디오 MP3’ 등에도 애트랩의 터치 센서가 적용됐다.
한편 애트랩은 광마우스용 센서로도 유명하다. 이 센서는 세계에서 애질런트에 이어 두 번째로 개발됐다. 특히 광마우스용 센서를 하나의 칩 형태로 만든 것은 애트랩이 세계 최초다. 현재까지 관련 특허 76건을 출원했다. 관련 특허 등록 건수는 국내 48건, 미국 8건, 중국 10건, 대만 12건에 이른다. 애트랩은 광마우스용 센서를 월평균 200만∼250만개씩 판매해 왔고 이달에는 판매량이 300만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장은 올해 말이면 자사의 광마우스용 센서 판매량이 누적 1억개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사장은 “애트랩을 창업한 후 ‘남들이 하지 않고, 10배 확장이 가능하며, 우리가 시장을 제어할 수 있는 사업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회사의 이름인 ‘애트랩’이 ‘연구실에서’라는 뜻의 ‘at lab’을 원용한 것처럼 ‘엔지니어 전문가 집단이 되자’는 게 회사의 목표”라고 말했다.
애트랩 고객사의 95%는 외국 기업으로, 최대 고객사는 중국의 다이나포인트다. 매출의 70%가 마우스용 센서 칩에서 발생한다. 애트랩은 올해 매출 약 165억원, 영업이익 약 20여억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사장은 부산고등학교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미국 남가주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1979년부터 삼성전자에 몸담았고 2000년 8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시스템온칩(SoC)개발팀 연구위원(이사)으로 퇴임할 때까지 SoC 분야로 한우물을 팠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
사진=정동수기자@전자신문, ds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