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영상물을 포함한 콘텐츠 산업 진흥체계를 둘러싼 논의가 여전히 뜨겁지만 결론에 닿지 못하고 있다. 과연 문화 정책의 큰 틀에서 콘텐츠를 종합적으로 진흥하자는 문화관광부 주장이 맞을까. 아니, 순수 예술 콘텐츠를 문화부가 맡되 디지털 콘텐츠 진흥을 정보통신망·기기 관련 정책 전문기관에 분담시켜야 한다는 정통부 주장이 옳을까.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이자 한류 코드인 방송영상 콘텐츠 진흥은 또 어디에 맡겨야 할까. 분명 답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부처 이기주의의 목소리가 더 크기 때문이다.
‘우선 밥그릇부터 걷어찹시다!’
콘텐츠 진흥 업무가 문화부·정통부·방송위 등으로 나뉘어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땅에 떨어졌다. 부처간, 기관간 주도권 다툼이 부른 중복 투자로 말미암아 정부 정책이 효율적이지 못하고 국민 혈세를 낭비한다는 지적까지 고개를 들었다.
이는 관련 행정기관 공통의 인식이지만, 그 원인과 책임은 모두 다른 기관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틈새를 이용, 1개 사업을 들고 이쪽저쪽 지원금을 모두 받아 챙기는 일부 콘텐츠 업체의 도덕적 해이까지 부르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방송위가 지난 2003년부터 방송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고 해외 수출 지원사업을 시작했는데, 문화부가 기존에 추진해온 사업과 중복되거나 유사해 자원을 낭비한다는 주장이 분출한다. 또 문화부 시선에는 정통부가 IT 산업 발전을 명분으로 삼아 콘텐츠 분야로 무리하게 영역을 넓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문화부는 순수 예술 콘텐츠 육성에만 주력해주십사”라고 말한다. 방송영상·방송광고 기능도 방송통신융합 환경에 걸맞은 정책을 짜야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정통부와 방송위가 은근히 힘을 모아 문화부를 압박하기도 한다.
문화부 고위 관계자 주장처럼 “콘텐츠 디지털화는 창구 극대화(One Source Multi Use)의 수단일 뿐 콘텐츠 질에 근본적으로 영향을 주는 게 아닐” 수도 있다. 물론 정통부가 말하는 “디지털 콘텐츠 생산·유통·소비 과정에서 기술개발, 표준화, 유통채널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분담효과”가 정답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양보 없는 다툼이 끊이지 않는 것. 결국 제3의 공간, 필요에 따라서는 ‘문화부 문화산업진흥기능과 정통부·방송위 방송통신영상진흥기능을 모두 담아낼 새로운 기구통합논의’도 검토해볼 시점이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콘텐츠 진흥에 대한 부처별 입장
콘텐츠 산업 진흥 업무를 두고 부처 간 의견 대립이 첨예하게 벌어지는 이유는 방송을 포함한 문화 콘텐츠 산업의 부가가치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기관별로 차이는 있지만 오는 2009년 문화 콘텐츠 산업은 60조원을 돌파하고 수년 내 수백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렇게 알짜배기 분야이니 문화부, 정통부, 방송위원회 등 유관 부처나 기관으로선 그냥 방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문화 콘텐츠 산업이 향후 지식산업의 중심에 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정책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도 양보할 수 없다는게 각 부처와 기관의 입장이다.
지난 26일 사실상 마지막으로 열린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회의에서는 문화부가 진흥기본계획 수립과 자원(예산) 배분을 포함한 콘텐츠 진흥기능을 총괄하고 향후 출범할 방송통신위원회(가칭)는 콘텐츠 관련 네트워크·플랫폼·기술정책과 방송 규제 및 정책을 관할케 하자 안을 다수안으로 채택한 상황. 그러나 정통부와 방송위는 이같은 의견은 차기 정부에 제출하는 참고용일 뿐이라며 심도 있는 논의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정통부는 콘텐츠 산업의 발전에는 예술성, 창의성 등 본질적 요소와 함께 디지털 융합산업 발전의 핵심 인프라 정비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온라인게임·모바일콘텐츠에서 최근 사용자제작콘텐츠(UCC)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콘텐츠가 IT를 토대로 발전하는 만큼 콘텐츠산업 진흥은 단일 부처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콘텐츠 진흥기능을 문화부로 일원화하자는 최근 논의는 정부가 이미 제출한 기구통합 법안과 상충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정통부는 이에 따라 문화부가 순수 콘텐츠 창작과 지원에 힘쓰는 대신, 콘텐츠의 유통은 그 과정이 IT인프라를 타고 진행되는 만큼 자신들이 관할해야 한다는 논리다.
방송위도 정통부와 비슷한 입장이다. 방송위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당연히 방송콘텐츠·디지털콘텐츠 등 통신·방송과 관련된 모든 콘텐츠를 관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방송 콘텐츠 진흥을 놓고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화부와 방송위의 역할 중복에 대해서는 ‘플랫폼이 다른 만큼 공정 경쟁 입장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문화부는 좀 다른 지역에 서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할 경우 그 관장 영역이 애매해져 오히려 콘텐츠 진흥을 방해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현 체제, 즉 디지털콘텐츠 등은 정통부, 방송콘텐츠 등은 문화부, 산업콘텐츠는 산자부라는 틀을 유지하면서 모든 콘텐츠의 총괄 기능을 문화부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부는 또 원천 콘텐츠와 디지털 콘텐츠의 분리가 어려워 정부 역할은 온·오프라인 콘텐츠 시장 전체의 생태계를 복원해 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이같은 논란에서 비켜가지 않겠자는 입장이다. 비록 소수안이긴 하지만 모든 콘텐츠를 방송통신위원회가 관장하도록 하는 ‘공공콘텐츠 활성화 방안’이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에 의해 제시됐기 때문이다.
공정위 측은 모든 기능을 한 조직에 두는 것은 권력 집중의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이를테면 행자부, 교육부, 기상청 등의 콘텐츠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발생할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공정위는 콘텐츠 유통 부분은 자신들의 소관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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