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자업체들 "우리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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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하나’ 오츠보 후미오 마쓰시타 전공 사장과 사토 쿠니히코 JVC 사장, 가와하라 하루오 켄우드 회장, 아베 슈헤이 스팍스 사장 겸 CEO(왼쪽부터)가 24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업체 간 통합을 의미하는 악수를 하고 있다.<도쿄(일본)=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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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경쟁업체와 자본에 맞서 일본 전자업체 간 협업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도시바·NEC·후지쯔 등 일본 반도체 3사는 박막형 TV 등 디지털 가전에 사용되는 시스템LSI(대규모집적회로) 제조기술을 공동 개발, 인텔·삼성전자 등 외국 업체와의 경쟁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5일 보도했다.

 이들 3개사는 2010년 시스템LSI 양산체제를 구축, 1000억엔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개발비 부담을 줄인다는 전략이다. 또 수천억엔을 투자해 시스템LSI의 생산도 공동화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3사가 공동출자 생산회사를 설립하면 도시바가 50% 이상의 지분을 출자하며 지주회사가 될 전망이다.

 또 이날 일본 마쓰시타 전공은 자회사인 일본빅터(JVC)의 지분을 자국의 켄우드에 매각했다고 요리우리신문을 비롯해 파이낸셜타임스(FT)·월스트리트저널(WSJ)아시아판 등 주요 외신이 25일 일제히 전했다.

 마쓰시타는 신주 발행으로 지분의 17%를 켄우드에 넘긴다는 JVC의 결정을 승인했다. 또 13%는 켄우드의 지주회사인 스팍스그룹이 인수한다. 이를 위해 켄우드와 스팍스는 제3자 할당증자로 총 300억엔을 투입한다. 이에 따라 마쓰시타의 지분은 52.4%에서 37%로 줄었다. JVC는 신규 유입자금을 부채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과 구조조정 비용에 쓸 계획이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etnews.co.kr

◇뉴스의 눈

 일본 반도체 3사는 이번 제휴를 계기로 세계 1위의 미국 인텔과 2위인 한국 삼성전자 등과의 경쟁 체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2년 정도면 기술혁신이 이뤄지는 반도체 분야에서는 개발비 및 설비투자도 그에 따라 급격하게 증가한다. 따라서 매출 규모에서 인텔·삼성에 뒤처지는 일본 업계가 독자 생존하기는 어렵다는 게 이번 제휴의 배경이다.

 특히 이들의 ‘연대’는 삼성에 위협이다. 3사의 매출액을 합치면 180억달러. 삼성전자(198억달러)에 육박한다. 세계 3위인 미국 TI(126억 달러)를 월등히 앞선다.

 이날 3개사는 로이터통신 등에서 합의 사실은 부인하고 나섰지만, “여러 가지 일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일본 전자업계의 최대 매물인 JVC의 지분 역시 켄우드로 넘어감에 따라, 결국 자국 업체에 의해 인수·정리되는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JVC는 그간 미국의 사모펀드인 TPG를 비롯해 영국·홍콩 등 주로 서방 캐피털로부터 인수 의향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들 자본세력으로부터 적절한 ‘대접’은 받지 못했다. 잇따른 실적 악화와 산재한 부채, 미진한 구조조정 등이 제값을 못 받은 이유다.

 실제로 지난 24일 JVC가 발표한 ‘2008 회계연도 1분기(2007년 4∼6월) 실적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매출은 1590억엔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70억엔 줄어들었다. 특히 순손실은 130억엔으로 전년 대비 4배나 늘었다. JVC를 인수하는 켄우드 역시 상황이 안좋다. 매출 규모는 JVC보다 작다. 최근의 수익성도 악화일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쓰시타가 합병상대로 켄우드를 택한 것은 일본 최대 전자업체라는 ‘맏형론’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일본 전자업계의 ‘패거리 의식’은 도처에서 감지된다. 삼성전자 등 외국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한 자국 업체 간 협업 무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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