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용카드사를 대상으로 한 생계형 서민 업종의 신용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침을 사실상 확정하자 불똥이 부가가치통신망(VAN) 사업자로 옮겨붙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해야 할 경우 카드사는 VAN사에 카드 승인 대행료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VAN사는 특히 가뜩이나 채산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카드 승인 대행료 마저 인하될 경우 자사 대리점이 파산, 자칫 승인 서비스 중지 사태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제 2의 교통카드 발급 중지’와 같은 사태가 금융기관이 아닌 VAN업계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인하 논리에 새우 등 터진다”= 재경부는 최근 여신금융협회에서 ‘신용카드 수수료 시스템 개편을 위한 중장기 수수료 절감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의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말 카드수수료 인하 지시성 발언을 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자리에는 이동통신사·VAN사 ·카드사 등 관계자들이 참석, 두 가지 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우선, 이동통신서비스 사업자가 휴대폰을 이용, 신용카드 결제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카드 가맹점의 수수료 인하를 논의했으나 비현실적인 안으로 일단락 났다. 이통사들의 경우 오히려 카드 수수료가 현재 3%대에서 5%대로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관련 법 개정도 필요한 상황이다.
다른 안건은 VAN 프로세스 개선에 관한 내용이다. VAN사들도 이 역시 현실을 도외시한 안건이라고 지적한다. VAN사 한 관계자는 “정부가 VAN사의 이익 구조를 개선함으로써 승인 대행료를 인하한다는 생각인 데 승인대행료가 낮은 상황에서 도저히 이익을 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VAN사의 승인 대행 수수료는 지난 2005년 1건당 평균 200원에서 현재 120원으로 지난 2년 새 무려 40% 떨어졌다.
◇“정치가 아닌 경제 논리로 풀어야”= VAN사는 ‘갑(카드사)’이 아닌 ‘을(VAN)’ 마저 가맹점 수수료 인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금융연구원이 ‘가맹점 수수료의 20%를 VAN이 차지한다’는 용역 보고서는 그야말로 엉터리라고 주장했다.
한국신용카드VAN협회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에서 승인 대행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7∼8%에 달한다”면서 카드사들조차 모두 인정하는 VAN사의 승인 대행료 비중과 다른 엉뚱한 연구 용역 결과를 금융연구원이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VAN 한 관계자는 “정부가 카드 가맹점 수수료 중 90%를 건드리지 않고 10%도 채 안 되는 카드 승인 대행료 인하에만 초점을 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VAN사에 카드수수료 인하의 짐을 씌운다면 VAN사의 폐업은 불을 보듯 뻔할 것”이라면서 “심하면 교통 카드 발급 중지 사태 처럼 신용카드 승인 업무 중지 사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신금융협회 측은 “정부가 최근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한 만큼 수수료 원가를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합리적인 인하책을 내놓아야 함은 물론 생계형 업종을 위한 지원책도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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