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DC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 시장 규모는 세계 시장 7000억달러의 약 1%를 차지하고 있고 국가별 순위는 15위다. 우리나라 국민총생산과 무역규모가 12위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떨어지는 규모다. 더구나 전 세계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43%를 미국이 차지하고 2위부터는 규모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15위가 주는 의미는 더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좁은 국내시장에서 6000여개의 SW 기업이 경쟁하고 있다. 하루빨리 국내시장에만 머물지 말고 99%가 있는 해외시장으로 나가서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물론, SW산업의 해외진출이 쉽지만은 않다. SW는 하드웨어 제품처럼 가격과 품질을 맞추면 선적해 돈을 벌 수 있는 전통산업과는 많이 다르다.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우리와 다른 언어, 문화, 상관습, 법제도 등을 잘 이해하고 이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 사업을 시작해서 결과를 얻는 데 장기간 소요되며 이를 감당하기 위한 전문 인력과 충분한 자금력이 뒷받침돼야만 한다. 따라서 해외진출에 대한 경영자의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고 기업 내 재원이 확보돼 있지 않으면 엄두를 내기가 어렵다.
일전에 IT서비스 모델 해외진출을 위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발대식이 선포됐다. 중소 SW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우수 솔루션을 발굴해 성능과 품질을 향상시키고, IT서비스 기업이 가지고 있는 마케팅력, 자금력 그리고 정보화 프로젝트 추진 기술과 경험을 활용해 동반 진출함으로써 해외시장에서 레퍼런스를 발굴, 확산해 나가자는 것이다.
이번에 개최된 해외 동반진출을 위한 상생 발대식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돼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전략분야와 전략시장에 집중해 효과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구축한 서비스 모델 중 해외진출 준비도가 높은 분야에 집중해야 하고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의 규모와 인근 지역으로의 파급효과가 큰 국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은 조달·관세·특허·우정·지자체정보화·항만물류 6개 분야를 전략과제로 선발해 사업타당성 조사, 마케팅 전략 등을 수립하고 있으며 성공가능성이 높은 중점국가 선정도 추진하고 있다. 점차적으로 우리나라가 강한 금융·통신·제조 등 민간분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는 수익성 확보다. GS인증을 받은 제품을 중심으로 한 중소 SW기업의 우수 솔루션을 선별, 품질을 향상시켜 사용하면 가격 면에서 유리하게 될 것이다. 또 IT서비스 모델은 한 번 개발된 솔루션이 다른 프로젝트에도 재사용됨으로써 기업의 수익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국내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핵심(core) 부분을 모듈화(70∼80%)해 현지시장에서는 커스터마이제이션을 최소화(20∼30%)함으로써 원가우위를 실현할 수 있다.
셋째는 국내외 각종 금융제도를 활용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주하는 것이다. 우리와 협력을 요청하는 개발도상국 대부분은 정보화 프로젝트 구축을 위한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자금 수반을 원하고 있다. 재정경제부(한국수출입은행)와 외교통상부(한국국제협력단)가 각각 운용하고 있는 경제개발협력기금 및 무상원조 프로그램 등과 연계하는 것이 우리기업이 해외에서 성공사례를 확보하는 데 지름길이 될 것이다. 특히 경제개발협력기금은 과거에는 주로 도로·교량·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에 대부분 투입했으나 최근에는 SW를 포함한 IT분야에 비중을 증대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가 월드뱅크·아시아개발은행·미주개발은행 등 국제금융기관에 공여하고 있는 신탁기금의 규모도 늘리고 있고 이와 연계한 프로젝트 발굴 전략도 필요하다.
이번에 새로이 시도하는 서비스 모델을 기반으로 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하는 상생(相生) 프로그램이 계속 살아서(常生) 크게 뻗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지석구 한국SW진흥원 정책기획단장 skji@softwar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