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미래IT 발전을 위한 통신규제정책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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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신문·IT전략연구원 공동기획

  미래IT 발전을 위한 통신규제정책 방향

 광대역 통신기술 발전과 함께 통신과 방송 등 각종 서비스의 컨버전스(융합)가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가간, 사업자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국내 통신시장도 투자 한계와 수요 정체에 시달리는 등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컨버전스 시대를 맞아 전자신문과 IT전략연구원은 공동기획을 통해 우리나라 통신시장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미래 IT발전을 위한 성장전략과 바람직한 규제 방향 등을 제시한다.

◇IT 선순환 구조와 통신시장의 역할

  IT산업은 지난 12년간 연평균 15.5% 이상 성장, 지난해 248조원 규모로 커지는 등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 역할을 해왔다. 같은 기간 수출에서도 IT산업은 다른 영역을 압도했다. 지난 2002년 이후 IT산업이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연평균 41%에 달했다.

 이런 성장 배경에는 ‘통신 시장의 선순환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95년부터 10여년동안 국내 통신 시장에 35조원이 넘는 돈이 투입되면서 IT기기 산업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고 이는 콘텐츠 산업 발전으로 이어졌다. 휴대폰의 경우 CDMA망 구축 10년만에 연간 250억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초고속 인터넷도 구축 5년만에 PC·주변기기 및 디지털 콘텐츠 수출 규모를 연간 100억달러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초고속 인터넷서비스는 한국을 세계 최고의 IT강국으로 떠받친 가장 중요한 사회 간접자본으로 자리매김했다.

  IT산업 발전에는 정부가 큰 역할을 했다. 정부는 정보화 기금을 통한 인프라 확대, 정보화 계획 등을 추진하면서 IT발전을 이끌었다. 특히 사업자 시장 진입을 촉진하는 역무별 경쟁 체계를 확립함으로써 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통신 시장의 정체와 IT의 위기

 이같은 성장이 있었지만, 그러나 국내 통신산업은 현재 고속성장에 대한 한계에 부닥치면서 기로에 서 있다. 시장이 가입자 포화로 정체되고 있고 신성장동력인 컨버전스 서비스가 가시화되지 못해 IT투자와 서비스 활성화를 통한 선순환 구조가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실제 시장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전체 통신 서비스 시장의 매출 증가율은 2003년 이후 한 자리 수로 하락했다. 초고속 인터넷 산업은 지난 2000년에서 2005년까지 연평균 36%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지난해는 단 6% 증가하는데 그쳤다. 더 큰 문제는 차세대 성장 동력이 없다는 점. IPTV 등 통방 융합 서비스는 각종 규제로 신규 시장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이동통신을 중심으로 가계 통신비 지출 비중이 증가하면서 신규 서비스에 대한 구매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도 신시장 창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기간통신 사업자의 투자 규모도 매년 감소하고 있어 시장 성장 잠재력마저 상실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선통신 투자 규모도 지난 2001년 4조3000억원에서 2005년 3조원대로 떨어졌다. 투자 감소는 글로벌 IT리더로서의 한국의 명성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휴대폰 수출이 감소하는 등 세계 시장 점유율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래 IT발전을 위한 성장전략

 상황이 이런 만큼 IT발전을 위한 새로운 성장 전략을 짜는 노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먼저, 컨버전스 트렌드를 선도하는 성장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금융, 가전, 엔터테인먼트 등 별개 시장으로 여겨졌던 분야가 통신 영역으로 융합되고 있는 만큼 기존 ‘수직적’ 산업 구조를 ‘수평적’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통신망을 이용한 IPTV서비스는 수평적 산업 구조의 대표적 사례이다. 여기에 라이프 스타일의 근본적 변화로 통합 서비스 및 콘텐츠의 이동성도 강조되고 있는 만큼 이에 걸맞은 맞춤 서비스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차세대 IT인프라 조성도 늦출 수 없다. 제대로 된 컨버전스 서비스를 위해선 전송속도, 양질의 서비스(QoS), 보안 등 인프라 고도화가 필요하다. 특히, 차세대인터넷주소체계(IPv6)를 비롯한 광대역 통신망은 새로운 서비스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서비스를 위해 정부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시장별 투자 불균형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실제 초고속 인터넷 시장은 LG파워콤의 가세와 IPTV서비스 등으로 신규 투자가 활발하지만 무선 통신 시장은 3G로의 전환이 사업자들의 소극적인 태도로 지연되면서 투자도 늦어지고 있다.

 IT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 정부의 노력이다. 정부는 다양한 서비스 간의 직접 경쟁을 제한하는 유·무선 전화, 통신 서비스 등에 걸쳐 있는 비대칭 진입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콘텐츠 이동성을 원하는 소비자에겐 통신·방송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소비자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정부는 컨버전스 확대에 규제를 맞춰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통부가 수립한 ‘수평적 규제 체계 로드맵’은 지속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정통부는 규제 체계를 3단계로 나눠 오는 2010년 기존 허가제의 등록제 전환, 주파수 배분 제도 합리화, 상호 접속, 번호 정책 방안 등 완전한 수평적 규제정책 도입을 발표한 바 있다.

 

◇미래 발전을 위한 통신 정책 방향

 미래 IT발전을 위한 통신 정책 방향은 어떻게 가야할까? IT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기 위해 정부는 산업 간 진입 장벽을 철폐해 경쟁을 유도하고 소비자 요구에 맞는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 방안으론 IPTV서비스를 조기 도입, 통신·방송 간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 이종 산업(방송, 통신) 간 대표적 융합 서비스인 IPTV는 유료 방송 시장의 디지털화와 컨버전스 서비스 확산을 주도할 핵심으로 경제 파급 효과도 향후 7년간 1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와관련, IPTV서비스에는 완전한 수평적 규제가 도입돼야 함은 물론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무선 IPTV에 대해선 유·무선 IPTV를 별도 분리해 규정하기보다는 하나의 서비스로 정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술 발전에 따라 개발되는 서비스를 각각의 전송 수단으로 별도 규제하는 것은 컨버전스 시대에 맞지 않다.

 이동통신 시장 경쟁 체제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 휴대폰 재판매와 가상이동통신사업자(MVNO)를 활성화해 휴대폰 시장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주파수 제약으로 진입 장벽이 존재해 경쟁 활성화에 많은 제약이 따르고 있는 반면 미국 등 선진국은 무선 재판매를 의무화해 경쟁 촉진과 이용자 편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요금 체계도 개선해야할 사항이다. IT발전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는 높은 통신비 지출로 인한 수요 제약이다. 특히 효율성 좋은 800Mhz 대역 이동통신 주파수를 SK텔레콤이 독점하고 있는 것은 요금 인하를 가로막는 주원인 중 하나다. 이 대역은 PCS보다 커버리지 셀 반경이 넓어 네트워크 원가가 경쟁사에 비해 낮다. 이 때문에 정부는 후발 사업자의 생존을 위해 요금 인하 경쟁을 막을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현재는 SK텔레콤의 원가보상률에 요금 수준을 맞추면 후발 사업자의 적자가 확대되고 후발 사업자 원가 보상률에 신경쓰면 SK텔레콤의 초과 이윤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800Mhz 재할당 시기를 조절하거나 또는 3G로의 전환 시기를 앞당겨 시장 메커니즘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모든 사업자가 2Ghz대역을 쓰게 되는 3G로의 전환은 주파수에 의한 불공정 경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3G 의무 약정제 도입과 연계한 보조금 도입 등 전환을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을 펼쳐야 할 것이다.

 이른바 ‘규제 홀리데이 제도’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규제 홀리데이’라는 IPTV와 광가입자망(FTTH) 등 컨버전스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신규 인프라 투자에 대해 일정 기간 규제를 유보하는 제도이다. ‘규제 홀리데이’는 투자 인센티브를 기업에 되돌려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사실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는 기업의 경우 조세감면 등 일정 정도의 보상은 필수다. 일본은 이미 기업들의 IT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지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4년간 법인세 또는 사업 소득세의 20% 한도 내에서 세액 공제를 실시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다. 수십조원의 경제 유발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IPTV의 경우 규제 홀리데이 도입을 해야 하는 1순위 산업으로 꼽힌다.

  광대역통신망, 와이브로 등 차세대 통신 인프라에 투자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초고속인터넷이 한국을 글로벌 IT국가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면 이들 차세대 통신 인프라는 한국이 세계 1등 IT국가로 자리매김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이다.

◆IT전략연구원

  IT전략연구원(원장 이각범 www.itthinknet.org)은 지난 2000년 4월 창립한 ICU국제정보경영연구원 후신으로 △유비쿼터스 시대 미래양상 △정보통신 환경변화와 경영이슈 연구 △미래이념과 새로운 가치창출 등에 관한 연구 및 정보교류를 통해 미래 정보화 사회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연구조직이다.

 2003년부터 매년 ‘미래전략포럼’을 운영하고 있으며, IT분야 리더들이 중심이 된 ‘디지털CEO포럼’에서는 외국 기업과의 교류, 신산업 연구 등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