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카리스마` 구글 누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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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업체 CEO라면 누구나 꿈꾸는 목표가 있다. 다름아닌 세계 최고 IT기업 구글을 제패하는 것이다.

 온라인경매 업체 e베이의 멕 휘트먼 CEO는 적어도 온라인 지불결제 시장에서 만큼은 이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9일 블룸버그통신은 JP모건증권 보고서를 인용, e베이의 페이팔 서비스가 경쟁업체인 구글의 체크아웃보다 고객만족 점수에서 앞섰다고 보도했다.

 ◇구글, e베이에 고전하다=JP모건증권이 최근 인터넷 쇼핑몰 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페이팔 서비스에 대해 ‘좋다’ 혹은 ‘훌륭하다’고 평가한 고객은 응답자의 44%를 차지했다.

 반면, 같은 항목에 대한 체크아웃 서비스의 응답비율은 19%로 페이팔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마케팅 리서치 업체 닐슨/넷레이팅스에 따르면 지난 5월 페이팔 이용자 수는 체크아웃의 33배로 작년 12월 11배보다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벌써부터 승패를 판가름하는 것은 섣부른 감이 있다. e베이가 전자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2002년이고, 구글이 체크아웃을 인수해 이 시장에 진출한 것은 불과 1년 전인 2006년 6월로 4년이라는 시간차가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막대한 자본을 전자결제 서비스에 투입한다면 상황은 역전될 수도 있다.

 그러나 멕 휘트먼 CEO에 대한 시장의 믿음과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를 지향하는 e베이의 지난 궤적을 고려할 때 구글과 e베이의 싸움은 아직 끝을 점칠 수 없다.

 ◇“숫자로 말한다”=멕 휘트먼 CEO의 소신은 “철저히 객관적 수치(실적)로 말한다”는 것이다. 또 직원 위에 군림하지 않고 항상 시장의 요구에 맞춰 의사결정을 하는 휘트먼 CEO의 경영방식은 실리콘밸리의 리더십 모범사례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이면에는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과감히 개척하는 결단력이 숨어 있다.

 2002년 페이팔을 15억달러에 인수했을 당시만 해도 e베이가 온라인경매 외의 분야에 투자하는데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휘트먼 CEO는 뚝심을 발휘, 결국 지난해 페이팔 매출을 e베이 전체 매출(59억7000만달러)의 25%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e베이에서 이뤄진 거래 중 200억달러 가량이 페이팔을 거쳤고 이는 e베이 전체 거래의 40%에 해당한다. 휘트먼 CEO가 페이팔을 인수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막대한 결제 수수료 부담으로 골머리를 앓았을 것이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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