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개성공단과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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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30일 한국과 미국 정부가 FTA에 정식 서명했다. 지난해 2월 협상을 시작해 올해 4월 2일 타결되고, 다시 추가협상까지 하는 동안 개성공단·의약품·자동차·무역구제 등 민감한 쟁점이 많았으나 양국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만을 고집하지 않고 한 걸음씩 양보하는 성숙함으로 협상을 잘 마무리한 것이다.

 한미 FTA가 효력을 발생하기 위해서는 한국 국회와 미국 의회의 비준동의를 받아야 한다. 올해 12월과 내년 4월에는 한국에서 대선과 총선이 그리고 내년 11월에는 미국에서 대선 및 총선이 예정돼 있어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 그러나 무사히 양국의 비준동의 절차를 마치고 효력을 발생하게 되면 현재 북한 근로자 1만3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도 한국산으로 인정받아 미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만약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이 아닌 북한산으로 인정되면 미국 관세법상 원산지 기준에 따라 개성공단 제품에 높은 관세가 부과돼 미국으로의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미국은 WTO 회원국에는 저관세율을 적용하지만 이른바 적성국가(북한·쿠바·라오스)에는 고관세율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한미 FTA 협상 진행과정에서는 과거와는 달리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가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와 협상할 때마다 ‘협상 대응방향’과 ‘협상 결과’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및 한미 FTA 특별위원회에 보고를 했고 국회는 협상내용을 점검하고 협상방향을 제시했다. 협상이 타결된 후 정부는 역외가공지역에 관한 별도의 부속서가 본 협정문과 함께 채택됨으로써 비록 협정문에 ‘개성공단’이라는 명시적 표현은 없지만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과 동일한 특혜관세를 부여받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미 FTA 체결로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으로 자동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협정발효 1년 후에 설치될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의 심사와 결정을 통해 개성공단 또는 여타 지역을 역외가공지역으로 선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가 최소한 세 가지 기준, 즉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 △역외가공지역 지정이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 △역외가공지역 내 일반적인 환경기준, 노동기준과 관행, 임금·영업·경영 관행을 포함한 역외가공지역의 선정기준을 수립하고, 이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고 판단할 때 개성공단 등을 역외가공지역으로 선정할 수 있다고 한다.

 양자 간 FTA 협상에서 역외가공지역을 인정한 선례를 보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FTA 협정을 체결한 후 중동지역 평화증진과 미국과 연계강화를 위해 요르단과 이집트 내 특정 산업공단에서 가공, 수출되는 제품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대미 수출 시 특혜관세를 부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또 한·싱가포르, 한·ASEAN FTA에서도 개성공단 생산제품에 특혜관세를 부여하기로 규정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남북경제협력의 ‘시험관 아기’라 할 수 있다. 첨예한 군사적 긴장이 넘쳐나던 개성에 공단을 조성해 남과 북이 화해와 상생의 미래를 열어가는 이정표기도 하다. 또 늘어만 가는 부지비·물류비·인건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개성공단은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지난해 북한 미사일 발사, 핵실험 때에도 정상적으로 가동됐던 개성공단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판로 확보다. 그래서 개성공단 제품이 가장 큰 해외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이 가능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허태수/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전문위원 huhts@assembly.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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