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셋톱박스 행보` 초미 관심

 세계적으로 초호황기에 접어든 셋톱박스 시장을 겨냥한 삼성전자의 행보가 흥미롭다. 디지털미디어(DM)총괄과 정보통신총괄이 이미 오래전부터 각각 독자적으로 셋톱박스 사업을 벌여 온 가운데 올해는 가시적인 성과를 놓고 서로 경쟁하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근래 전세계 셋톱박스 시장이 무시못할 규모로 성장하고 있는데다, 최지성 정보통신총괄 사장과 박종우 DM총괄 사장이 전례없는 ‘협력관계’를 선언한터라 미묘한 시점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올해 사업성과를 지켜본뒤 최 사장과 박 사장의 성적표에 따라 셋톱박스 사업에 교통정리를 단행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셋톱박스는 삼성전자가 거느린 무수한 사업 가운데 동일한 시장과 제품을 놓고 두개 사업총괄이 제각각 벌이는 유일한 분야다.

무엇보다 눈길이 가는 대목은 셋톱박스 사업을 바라보는 양 총괄의 입장이다. 전세계 시장규모가 올해 7000만대, 내년에는 8500만대 수준까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외형도 탐낼만 하지만, 각자 사업영역에서 ‘필수과목’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TV에서 출발한 DM총괄은 향후 디지털홈 환경에서 셋톱박스가 일종의 허브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비해 정보통신총괄은 과거 통신장비인 케이블모뎀에서 시작해 현재 셋톱박스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해왔다. 역시 미래에는 셋톱박스가 집안의 유무선 통신 허브 기능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SD·HD급에서 PVR 겸용 제품, IPTV용 제품, 하이브리드형 제품에 이르기까지 두 사업총괄의 제품군도 비슷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사 차원에서도 두 사업총괄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각각 추진해왔다”면서 “아직은 (교통정리에 대한) 입장변화가 없으나 최 사장과 박 사장이 탄탄한 협력관계를 밝힌 만큼 앞으로는 뭔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사안은 두 사업총괄 가운데 어느 쪽이 우세할지 여부가 올 연말께면 드러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국내 IPTV 사업자나 해외 군소 사업자에 납품한 전례는 있지만 본격적인 사업화는 사실상 올해가 시작. 특히 가장 큰 관문은 미국 케이블 방송사업자 시장이다.

현재 전세계 셋톱박스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DM총괄은 현지 최대 케이블방송 사업자 가운데 하나인 컴캐스트, 정보통신총괄은 타임워너케이블과 각각 제휴를 맺고 제품 개발에 한창이다. 두가지 프로젝트 모두 연말께는 실제 상용제품을 개발해 납품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은 수주 여부나 물량도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대형 방송사업자 시장에 진출한 전례가 없는데다, 미국 케이블 방송사가 요구하는 셋톱박스 기술규격이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이다.

양 사업총괄 가운데 제품을 완벽하게 개발해 대규모 수주물량을 확답받는 쪽은 일단 사업 안정화 길로 진입한다는 점에서 셋톱박스를 둘러싼 최 사장과 박 사장의 경쟁에 시선이 집중된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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