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IT코리아 2.0](2부)M2M을 향해⑬자유무역 대응책

지난 2002년 미국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표준화한 무선인터넷플랫폼 ‘위피’(WIPI) 등이 “국제 무역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주장, 2004년까지 우리나라와 통상마찰을 빚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한미 통상협상이 13회나 열렸다. 시장(기업)에 기술 표준 선택 자율성을 부여하라는 것. 이 같은 주장은 한미FTA로도 이어져 결국 미국 측 주장이 관철됐다. 우리 정부의 기술표준정책 권한을 인정받았으되 시장이 자율 선택권도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 이처럼 기술표준정책은 당장 변해야 꾀하고, 통신사업자에 대한 간접투자 100% 허용 등에 따른 대응책은 순차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캐나다, 중국 등 자유무역 확대에 따른 IT 정책 대응방안을 준비할 때다.

 공익적이되 투명한 IT 기술표준정책!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첫 손가락에 꼽은 가장 시급한 한미 FTA 후속 대응책이다. 염용섭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시장과 대화하면서 풀어가야 한다”며 “투명한 절차를 바탕으로 관련법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무역기구(WTO) 다자간 서비스 협상과 달리 FTA은 특정 국가 대 국가의 폐쇄적 무역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하지만 통신 서비스 분야에서는 국가 간 폐쇄성이 거의 없는 편이라는 게 염 위원의 시각이다. 그는 “FTA를 맺었다고 해서 미국에만 IT 기술선택의 자유 관련 혜택을 줄 수 있는 건 아니다”며 “미국이나 유럽 기술표준이라고 명확하게 못이 박히는 경우가 없는 것처럼 현실적으로 특정 국가 대 국가의 폐쇄적 관계를 만들기 어렵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미 FTA를 통해 보장해주게 된 ‘시장의 기술표준 선택 자유’가 세계 어느 국가와의 무역을 하더라도 비차별적으로 적용하게 될 전망이다.

 송경재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이에 대해 “IT 기술표준선정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제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표준을 정하는 시대를 벗어나 글로벌화한 IT 산업집단이 독자적 표준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즉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의 경우처럼 시장 경쟁의 결과로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이 정해지고, 국제 표준으로 굳어진다는 것. 이 같은 변화에 따라 ITU 등도 차세대 이동통신을 비롯한 각종 표준을 복수로 정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표준화 경쟁 결과가 시장 경쟁 성패를 결정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송 교수는 “삼성·LG가 액정화면표시장치(LCD) 패널 시장에서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강력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국제 표준 쟁취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KS’가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관련 심사를 강화하는 등 단계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국제 표준을 만들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을 배양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밖에 통신기업 간접투자 100% 허용에 따른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공격의 가능성은 일단 2년 뒤로 유예된 상태다. 따라서 2년 뒤 본격화할 공격에 맞설 방패(공익성 심사기준)를 다듬질을 시작할 때다. 또 미국 등이 통신시장 지배적 사업자 규제의 투명성을 높여줄 것을 요구하고, △재판매 차별적 운용금지 △별정사업자에 대한 원칙적 상호접속 허용 △허가조건 및 허가 소요기간 공개 등을 내세우며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설 때를 대비한 정책은 이제야 겨우 첫 돌을 놓으려는 찰나다.

◆메가트렌드-국경의 소멸과 우리의 미래

: 이지순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jisoon@snu.ac.kr

 인류의 삶의 미래상을 보여주는 메가트렌드 가운데 국가 간 장애물이 차례로 사라져 결국 국경이 완전히 소멸할 것이라는 전망은 우리에겐 매우 중요하다. 향후 20년 이내에 우리나라와 동남아시아, 우리나라와 북미, 우리나라와 EU는 실질적으로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해 그 안에서는 물자·자금·무형자산의 국가간 거래와 사람의 국가간 이동이 일상적인 일이 될 전망이다.

 20세기 후반에 들어 가속화되기 시작한 세계화는 국경이 갖던 전통적 의미를 상당부분 퇴색시켰으며, 조만간 사람의 이동마저 자유화되면 국경은 오로지 상징적으로만 존재하게 될 것이다. 국산품과 외래품, 국내 기업과 외국기업의 구분은 무의미한 일이 되고 있으며, 조만간 내외국인을 구별하는 일도 중요성을 잃게 될 것이다.

 국경의 소멸이라는 메가트렌드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킬까? 이는 사람의 일생의 전 과정이 앞으로는 전 지구를 대상으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이루어지게 될 것임을 뜻한다. 이것은 또한 우리 땅에서 우리끼리만 살아오던 과거의 생활방식이 세계 만방의 수많은 이국인들과 섞여 살아가는 방식으로 바뀌게 됨을 의미한다. 이런 현상은 인접 지역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므로 앞으로는 우리가 일본·중국·동남아시아의 여러 지역을 제집처럼 오가며 함께 어울려 살게 될 것이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업 활동은 이미 모든 영역에 걸쳐 국경을 가리지 않고 가장 유망한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국경이 소멸하면 경제활동의 전 영역에 걸쳐 더 나은 선택이 가능해지므로 총체적으로는 역내 주민의 경제복지가 크게 향상될 것이다. 그러나 복지 향상이 모든 이에게 똑같이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국경소멸 현상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에 따라 미래에 향유할 복지의 크기가 달라질 것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유능하고 현명한 경제주체로 거듭남으로써 역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존재가 된다면 우리는 일본이나 중국 또는 동남아시아의 그 어느 누구보다도 앞선 역내 최 상류층이 될 것이다. 그러나 국경소멸현상을 두려워해서 이를 저지하려 들며 안으로만 움츠러들다가 경쟁력을 상실한다면 우리가 하류층으로 전락하게 될 수도 있다.

 국경소멸현상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은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중상주의적 관념이며, 다른 하나는 사유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철저하지 못하다는 점, 마지막으로 획일화 또는 평준화의 이념이 팽배해 있다는 점이다. 개방을 두려워하고, 남의 것을 제 멋대로 나눠 가지려 들며, 수월성을 용인하지 않는 태도에서 이런 약점이 드러난다. 분명한 것은 장애물을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국경의 소멸이라는 메가트렌드의 전개와 더불어 우리의 처지는 역내 주민 가운데 이류나 삼류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이류나 삼류로 만족할 것인가 일류로 도약할 것인가? 대답은 명확하다. 하루 빨리 반 개방, 반 자본주의, 반 수월성의 병폐를 벗어던지고 국경 없는 세상의 도래를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헤쳐 나감으로써 역내에서 가장 앞선 일류 시민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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