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디지털미디어총괄 연구소 한켠에는 수십대의 평판TV가 진열돼 갖가지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2001년 이후 시장에 출시한 제품들로, 그 수명이 언제까지 가는지를 시험하기 위해 하루 24시간, 수 년째 줄곧 틀어놓고 있다. 동작이 멈추면 이런저런 조건에서 얼마다 견디다 생을 마감(?)했다는 일종의 사망신고서를 작성, 기록을 정리해둔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LG전자나 대우일렉, 소니, 샤프, 파나소닉 등 국내외 경쟁사들도 이런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형 평판TV가 상용화한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업계 누구라도 자신있게 수명이 얼마라고 제시할 수치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브라운관TV의 경우, 상용화된지 40년이 넘으면서 하루 8시간 기준으로 3만시간, 대략 10년은 사용할 수 있다는 경험치를 업계나 소비자들이 공유하고 있다. 반면 평판TV의 경우는 이같은 경험치가 없어 업계와 소비자들의 분쟁의 요인이 되고 있다.
잦은 고장에, 높은 수리비, 그리고 일부 제품은 결함마저 의심스럽다며 소비자단체가 리콜까지 요구하면서 평판TV에 대한 불신감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과 네이버 등 소비자모임 카페에는 “도대체 평판TV의 수명이 얼마나 되는 거냐”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브라운관TV처럼 별 탈 없이 10년은 거뜬히 쓸 것으로 생각했던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평판TV 수명이 너무 짧은 것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평판TV의 수명은 사용환경이나 행태에 따라 상당히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공식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수명에 대해 보장할 수도, 보장한 적도 없는데 소비자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LG전자 관계자는 “평판TV도 하루 8시간 기준으로 평균 10년은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면서 “수명의 문제가 아니라 제품에 결함이 있으면 그걸 해결하는 것이 근원책”이라고 지적했다.
평판TV업계는 그러나 최근 문제가 된 PDP TV의 무상보증기간을 조용히 2년으로 늘렸다. LG전자는 지난 상반기부터 AS 요청시 2년 무상수리를 적용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최근 2년 연장을 검토중이다. 소니는 이미 작년 8월부터 2년으로 늘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명이 얼마나 되는지, 어떤 문제가 또 어떻게 발생할 수 있을 지 경험치가 적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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