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던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지만 연내 1900선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깊은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게 아닌가 싶어 기쁜 마음이 앞선다. 과연 이런 움직임이 산업 전반에 드리운 불황의 먹구름을 걷어내는 징후인지 생각해 볼 시점이다. 일단 각종 산업통계가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어 경기 활황의 시발점이 아니냐는 희망 섞인 전망을 가능케 하고 있다.
통계청의 5월 소비자전망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기대지수는 101.1로 전달(100.1)보다 1포인트 상승하며 전달에 이어 2개월째 기준치 100을 웃돌았다. 지난 25일 발표한 한국은행의 2분기 소비자동향지수(CSI)에서도 소비자심리지수가 108로 전 분기보다 5포인트 올라갔다. 3분기 연속 상승으로 소비심리가 급속 회복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민간연구소들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나서 경기 회복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하반기 경기전망 발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3%에서 4.5%로 상향 조정했다. 산업연구원도 당초 4.5% 예상에서 4.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지수나 지표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IT산업 상황은 개선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5월 한 달 IT·디지털전자 수출은 성장세를 이어 갔지만 상승률은 크게 둔화됐다. 산업자원부 집계에 따르면 디지털전자 부문이 작년 동월보다 3.1% 증가한 95억3000만달러, 수입은 1.9% 증가한 52억1000만달러를 기록해 43억2000만달러 흑자(4.6% 증가)를 기록했다. 정보통신부는 IT 부문 수출액을 4.5% 증가한 94억7000만달러로 집계했다. 디지털 전자부문의 성장률이 3%대에 머문 것은 최근 1년 동안 기록한 실적 가운데 최저치다. 비록 3G 휴대폰 교체수요를 비롯, PC·디지털가전의 계절적 특수에 따른 반도체와 패널 등의 수요 증가로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기대되고 있지만 변수가 많아 상황이 녹록지 않다. 벌써 원화상승 엔화하락이라는 복병을 만나 수출기업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9년 8개월 만에 750원 선으로 주저앉았다. 수출 가격마저 떨어뜨려야 하니 채산성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일부 중소기업은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다. 게다가 중국경제의 과열 양상이 자칫 중국정부의 긴축정책을 유도, 우리 경제에 복병이 될 수도 있어 불안하기만 하다. 또 다소 나아지는 듯 보였던 대기업의 체감경기마저 악화됐다. 27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99.3으로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BSI가 기준치보다 낮은 것은 지난 2월 이후 처음이다.
이래저래 샌드위치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고 심지어 아세안 국가에도 치이는 ‘삼각김밥론’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과연 돌파구는 없을까.
경기가 전환기에 있으면 경기 전망과 관련한 여러 속설이 등장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대표적인 게 미니스커트 유행과 경기의 관련이 아닐까 한다. 최근 일각에서는 미니스커트 열풍이 불고 있다며 IT경기가 회복국면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해석까지 내놓아 주목받고 있다. ‘치마 길이가 짧아지면 불황’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 가설 역시 시각에 따라 달리 해석되곤 한다. 1970년대 오일 쇼크 때는 긴 치마가 유행했고 1980년대 3저 호황기에는 오히려 미니스커트가 유행한 예가 있다. 일부 전문가는 “유흥업소에서 라이터를 나눠주면 경기가 하강곡선의 시작이며 미니스커트가 유행하면 경기 저점 통과로 보면 된다”고 분석한다.
얼마 전 삼성전자가 미니스커트폰을 내놓으며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유럽에서는 출시 두 달만에 100만대나 팔았다. 가뜩이나 위축된 IT산업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미니스커트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업계도 디자인·서비스·브랜드 가치를 육성하고 신제품 개발·신시장 개척에 힘을 쏟는다면 해법은 반드시 있다고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최근 IT제품은 기능과 크기를 줄이는 ‘미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금의 ‘미니 열풍’이 ‘10년 불황’을 이겨낸 일본처럼 IT경기 회복의 ‘불씨’가 됐으면 한다. j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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