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네트워크에 접속해 정보를 접하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일반인에 생소했던 전파분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산업사회에서 전파는 일반인에게 생소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휴대전화 사용이 보편화하기 전까지만 해도 전파는 방송과 국가안보용으로 이용돼 ‘권력의 상징’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점도 사실이다. 카폰이 처음으로 보급될 때에는 승용차 뒷면에 긴 안테나를 부착해 전파사용 자체를 부의 상징으로 과시할 정도였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이제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를 맞아 전파는 공기와 물처럼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동통신은 물론이고 방송·센서네트워크·금융·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파가 활용되고, 지금까지 등한시됐던 무선인식(RFID) 등 저출력 주파수가 재조명을 받는다.
미래사회 역시 IT 활용이 일상화된 디지털 라이프가 확대될 것이고, 특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건강·의료서비스 분야에서도 전파의 적절한 활용이 중요해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전파가 핵심자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예전에는 단순한 통신발달의 결과로 여겨졌지만, 앞으로는 미래의 핵심자원인 전파의 뒷받침이 없이는 거의 모든 게 불가능해질 것이다.
전파를 기반으로 하는 전파·방송 산업은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IT산업 전체 생산의 31%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전체 수출의 33% 선에 이를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세계가 차세대(4G) 이동통신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해 자국의 이익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실제로 오는 10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회의에서 4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후보 대역이 정해질 예정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1∼5㎓ 대역을, 중국·러시아·남아메리카 국가들은 1㎓ 이하를 제안한 상태다. 앞으로 소요 대역폭을 산정하고 기술표준화 선점을 위한 국가 간 경쟁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유리한 주파수 대역, 기술표준에 따라 차세대 이동통신시장 주도권이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선진국들은 이미 전파의 중요성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바탕으로 전파자원 관리에 치중하고 있다. 실례로 미국은 이미 2003년 부시 대통령이 전파자원을 21세기의 중요한 천연자원의 하나로 천명하고 특별 관리를 하고 있을 정도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역시 21세기 전파자원은 석유와 같은 존재가 될 것으로 예고했다. 이제 전파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사회를 맞아 주인공으로서 위상을 다지고 있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여전히 전파가 이해하기 힘들고 생소하며, 전파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파자원의 중요성은 물론이고 전파·방송정책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전파를 주인공으로 하는 행사가 국내 처음으로 성공리에 열려 전파 대중화에 첫발을 내딛기도 했다. 바로 ‘2007 전파엑스포’다. 이 행사는 ‘전파로 하나 되는 희망 한국’이라는 주제 아래 초등학생, 청소년을 비롯한 전 국민이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전파를 직접 만지고,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아마추어무선(HAM) 동호인들이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기 위해 세계 300만여 HAM 동호인들과 교신하고, 수도권 중·고교생들이 전파탐지대회(ARDF:Amateur Radio Direction Finding)에 나와 곳곳에 숨겨진 전파발신기를 찾아보는 등 생활 가까이에서 전파가 살아 숨쉬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 한국전파진흥원·전파연구소·중앙전파관리소·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국내 전파 관련 기관은 물론이고 민간교육단체까지 참여하는 등 자라나는 어린이·청소년에게 소중한 체험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미래 자원이자 유비쿼터스 컴퓨팅 사회의 중요한 매개체인 전파의 중요성을 국민에 어느 정도 알린 것이다.
앞으로도 ‘전파 사용자제작콘텐츠(UCC) 공모대회’ 등 전파가 국민과 함께 호흡하고 친구가 되는 계기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기주 정보통신부 전파방송기획단장 kjlee@mic.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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