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거 안하고 죽자고 테니스만 칠겁니다.”
위성DMB방송사업자 티유미디어의 동호회 게시판에 적혀 있는 테니스 동호회 ‘굿루저(Good Looser)’의 소개글 일부이다. 마치 테니스를 못쳐서 한이 맺힌 사람들이 모인 동호회인 듯 보이지만 사실 속을 들여다 보면 나름대로 철학을 담은 한마디다.
회사에서 진행되는 동호회 활동은 자칫하면 회사라는 조직생활의 연장이 될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동호회 활동자체가 부담스러워 질 수도 있다. 이런 판단 아래 동호회를 처음 설립한 안종열 과장이 직접 정한 유일한 동호회 규칙이 바로 ‘테니스장에선 테니스 얘기만 하자’이다.
15명으로 운영되고 있는 티유미디어 테니스동호회 굿루저는 ‘훌륭한 패배자’라는 뜻으로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정말 재미있게 테니스를 즐기자는 차원에서 조직된 사내 커뮤니티. 17개의 동호회가 운영되는 티유미디어 내에서도 가장 왕성한 활동을 자랑하는 동호회다. 다음달이 되면 두 돌을 맞는다.
주중에 매일같이 얼굴을 맞대던 직장 동료들을 주말마다 항상 봐야 하는 부담감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규칙에 맞게 회사일에서 벗어나 테니스에만 몰두한다. 그래서인지 테니스 코트에서 만나는 직장 동료의 얼굴은 일터에서 마주하던 그 얼굴과는 사뭇 다르다. 보기만 해도 폭소가 터지는 엉성한 폼으로 스윙을 남발하는 동료의 모습은 영락없이 오랜지기의 모습이다.
막내인 기업전략팀 김정훈 회원(26세)은 “처음에는 회사 사람들과 빨리 친해지고 싶어 동호회를 선택했지만 이제는 동호회 사람들이 회사사람들 같지 않고 그냥 친한 형들 같다”고 말할 정도다.
활동 초기에는 테니스에 관심이 있는 모든 지원자를 대상으로 멤버를 모집했기 때문에 초보들도 다수였지만 지금은 회원 대다수가 상당한 테니스 실력을 자랑한다. 따라서 매주 두 명씩 짝지어 복식 대전을 갖기도 하고 매월 한번씩은 직원 가족들까지 함께 참석해 상당한 규모의 대회를 연다.
회장인 강경석 콘텐츠본부 팀장은 “회사가 구성원들을 재미있게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즐거운 일터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원 스스로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긍정적인 자세를 갖는 것”이라며 “여기서 실컷 웃고 떠들고 가면 월요일날 회사에 가서도 밝은 웃음이 이어져 회사 분위기까지 좋아진다”고 말했다.
동호회에서는 아무도 업무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막상 사내에선 인기 많고 업무역량이 뛰어난 사람들이라고 회원들은 자랑한다. 실제로 테니스 동호회 회원들의 면면을 보면 각자 부서에서 분위기 메이커이고 업무에도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티유미디어 직원들은 동호회 활동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유독 공감하는 편이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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