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왜 기업만 경쟁하라는 건가

 “무슨 말씀이세요. 하지 말라니요?. 전자신문 데스크 맞습니까” 알고 지내는 몇 사람이 대기업을 박차고 나가 IT사업을 하겠다며 조언을 구하기에 ‘웬만하면 하지 말라”며 말렸더니 이런 타박이 돌아왔다.

 조언의 근거는 이렇다. IT사업은 다른 업종에 비해 경쟁이 치열하다.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성공해도 끝이 아니다. 더한 경쟁이 기다린다. 새 경쟁자는 끊임없이 등장한다. 이익 폭은 갈수록 낮아진다. 대기업과 거래한다면 더욱 그렇다. 살아남으려면 대기업의 단가 인하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없다. 재투자는커녕 그저 종업원에게 줄 월급 걱정만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사업을 괜히 했다는 후회만 들 것이다.

 “그러니 다른 사업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외국 농산물을 수입해 팔든지, 청국장 집을 여는 게 더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요?”

 IT사업에서 미래를 찾아보겠다는 사람에게 고작 이런 소리나 늘어놓았으니 미안했다. 그래도 이게 현실이다. 인력과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들도 무한 경쟁 속에 생존 경쟁을 벌이는 판이다. 뭐 하나 내세울 게 없는 신생 기업이 끼어들어가 성공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성공 확률은 다른 업종에 비해 떨어진다.

 우리 IT산업이 이만큼 발전한 것은 물론 경쟁 덕분이다. 대기업이든 협력업체든 저마다 생존 경쟁을 벌인 결과 통신·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의 일부 분야는 세계 수준에 올랐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더 이상의 ‘도약’이나 ‘확산’은 없다. 시장 경쟁은 날로 격화하는데 자금 조달의 어려움에 각종 규제 그리고 구인난까지 기업 하기 힘든 환경이 지속하기 때문이다.

 기업인을 더욱 속상하게 하는 게 있다. 바깥세상이다. 정부·국회·대학 등 어디를 둘러봐도 기업만큼 치열하게 경쟁하는 곳은 보이지 않는다. 경쟁이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관료와 대학생은 고시와 입시를, 정치인은 선거라는 정말 혹독한 시험을 치른다. 하지만 진입할 때뿐이다. 관료가, 대학생이, 정치인이 되면 더 이상 경쟁은 없다. 이런 반문이 튀어나올지 모르겠다. “요즘 공무원들은 더는 철밥통이 아니다. 퇴출당하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고 하는 얘기냐.”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취업 공부를 하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국회의원들도 공부 많이 한다. 표밭이나 관리하는 의원들은 별로 없다.”

 이전에 비해 많이 달라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성공하고 나서도 ‘경쟁’의 멍에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기업인의 눈으로 보면 아직 멀었다. 정부부처 간이나 관료 간에 진정한 행정서비스 경쟁은 없다. 대학들은 경쟁 대학보다 더 우수한 학생을 뽑으려 할 뿐 정작 기업이 원하는 경쟁력 갖춘 졸업생을 배출하지 못한다. 정당들은 의원들의 입법 경쟁보다 당권 또는 대권 후보에 대한 충성 경쟁만 시킨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을 참기 힘든 게 사람이다. 정글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기업 경영자의 눈엔 이들이 아직 ‘펑펑’ 놀기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 힘이 빠진다. 분노도 치민다. 기업 하기 어려운 이유가 꼭 치열한 시장 경쟁 때문만이겠는가.

 선거철이다. 사람마다 특정 후보에게 희망을 건다. 누가 후보가 되고 대권을 잡을지가 관심사다. 솔직히 누가 차기 정권을 잡더라도 상관없겠다. 기업과 비기업 간 이 같은 ‘경쟁의 불균형’만 바로잡는다면 말이다. 정부와 국회, 대학 등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기업 환경은 한결 나아진다. 적어도 기업인이 갖는 ‘상대적 박탈감’의 절반을 없앨 수 있다.

 다음 정권에도 누군가가 IT사업을 하겠다는 얘기를 건넬 것이다. 그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경쟁이 심하니 신중히 생각하면 좋겠네요. 그래도 옛날보다 규제도 없어지고 쓸 만한 인재도 많아졌으니 한번 도전해 볼 만하겠네요.”

신화수 U미디어팀장@전자신문, hs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