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동통신 특허사장 대책 마련해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지난 30여년 간 개발해 온 1300여 건의 이동통신 특허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사장되고 있다고 한다. ETRI가 이들 특허 기술을 민간에 넘기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공개 경쟁 입찰을 해왔으나 6개월이 다된 지금까지 단 한건의 계약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ETRI가 보유한 1300여건의 이동통신 특허는 콘텐츠·네트워크 등 8개 분야로 이뤄져 있는데 휴대폰을 제조하는 기업들, 특히 특허 분야에 취약한 중소기업들에 유용한 것들이다. 잘만 활용한다면 국제 특허 분쟁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이동통신 특허 기술이 사장되고 있는 것은 애초 ETRI에 이들 특허 기술을 넘겨달라고 요청했던 중소 휴대폰업체들이 갑자기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다른 업종으로 전환을 추진하면서 ETRI 기술을 넘겨받을 여력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외국 기업의 특허 공세로 시달렸던 VK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이고, 팬택의 경우 워크아웃 상황이어서 특허 매입에 돈을 쓸 처지가 못 된다. 이번 일은 국책연구기관인 ETRI가 중소 휴대폰업체들의 특허 경쟁력을 높이고, 원활한 특허 이전을 돕기 위해 비용을 들여가며 추진한 것이다. 전체 특허를 A∼C 등급으로 구분하는 등 다방면의 노력을 했음에도 별 성과를 내지못해 더욱 안타깝다.

 사실 우리나라는 기술 수출로 벌어들이는 돈보다 기술 수입으로 해외에 지급하는 돈이 더 많은 실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미국에서 특허 출원 4위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국제협력조약(PCT) 국제 특허 출원에서도 4위에 오르는 등 미국·일본·독일과 함께 세계 특허 4강에 속하는 국가다. 이런 특허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이동통신 특허가 무더기로 사장되고 있다니 서둘러 대응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이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선 우선 ETRI가 보유하고 있는 1300여건의 이동통신 특허에 대해 다시 한번 세밀하게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차피 중소 휴대폰업체는 ETRI의 특허를 구매할 형편이 안 된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에만 특허 이전을 추진할 게 아니라 삼성·LG 등 대기업에 제공할 것은 없는지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대기업들이 얼마나 ETRI 특허를 원할지 헤아리기 힘들다. 하지만 1300여건의 특허 가운데 대기업에 도움이 되는 것이 분명 있을 것이다.

 국내 업계에 이익이 된다면 해외 특허 풀에 공개, 다른 나라 특허와 교차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ETRI는 5개의 이동통신 특허 기술을 해외 풀에 제공하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더 확대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내비게이션·와이브로 단말기·전자태그(RFID) 기술 등 이동통신 기술과 관계가 깊은 신규 복합단말기 업체들에 특허를 제공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ETRI는 이들 업체에 이전할 기술이 있는지 연구하고 홍보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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