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통신시장 M&A `거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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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통신시장에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세다. 프랑스텔레콤(FT)·도이치텔레콤(DT)·보다폰·스위스콤 등 유럽의 대표적인 유무선 통신사업자들이 사업부나 자회사를 사고 팔며 합종연횡을 거듭하고 있다.

 유럽을 통틀어 지난 2005년 이후 지금까지 체결한 M&A 규모만도 무려 836억유로(약 104조5852억원)에 달한다. 대형 통신사업자 주도로 이뤄지는 최근의 M&A는 국경을 초월해 한 사업자가 이동통신이나 초고속인터넷 등 한 분야에 주력함으로써 과열경쟁을 막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키는 방향으로 유럽 통신산업을 재편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프랑스텔레콤이 최근 네덜란드 4위 이동통신 사업자 오렌지네덜란드를 15억∼20억유로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가장 유력한 인수업체 후보는 독일의 도이치텔레콤. 네덜란드 3위 이동통신 사업자 T모바일의 모회사인 도이치텔레콤은 4위인 오렌지를 인수, T모바일과 합병함으로써 네덜란드 통신시장의 1, 2위 업체인 KPN과 보다폰을 추월하겠다는 계산을 갖고 있다. 한편으로 도이치텔레콤은 독일 이외의 지역에서 초고속인터넷 사업 비중을 줄이고 이동통신에 전념키로 한 전략에 따라 유럽 각지에서 운영해 온 브로드밴드 서비스 자회사를 잇따라 팔아 치우는 중이다. 프랑스에서 운영하던 브로드밴드 사업부를 9억유로를 받고 현지 통신업체 네프 세제텔에 넘기기로 했으며 스페인의 브로드밴드 자회사 야닷컴(Ya.com) 역시 매각을 검토 중이다.

 야닷컴은 스페인에서 유무선통신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프랑스텔레콤이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다. 프랑스텔레콤은 야닷컴 인수로 브로드밴드·이동통신·TV를 하나로 묶는 융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스페인에서 역시 이동통신 서비스를 운영 중인 보다폰 역시 야닷컴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매각이 가시화되면 영국과 프랑스의 양대 통신사업자가 치열한 접전을 펼칠 전망이다.

 보다폰은 지난해 벨기에와 스위스 이동통신 자회사를 20억유로와 26억유로에 각각 팔고 대신 올해 인도 허치슨에사르를 111억달러에 사들인 바 있으며 최근에는 비벤디그룹의 이동통신 사업부 SFR나 스페인 유선전화 사업부 인수를 고려 중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M&A는 현재의 구도로는 치열한 통신서비스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공통분모를 이루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아이데이트 컨설팅&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전체 통신서비스 매출 증가율은 3%가 채 되지 않는다. 스카이프 등 무료 인터넷전화의 등장으로 유선통신 매출은 갈수록 떨어지는데다 여기에 최근 이동통신 로밍요금 인하방침이 결정되면서 그나마 잘 나가던 이동통신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이에 따라 사업자들은 M&A를 통해 주력사업에 집중하는 동시에 덩치를 키우고 비용을 줄이는 것만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보고 있다.

 아룬 사린 보다폰 CEO는 “미국에서 AT&T와 SBC가 합병했던 것과 유사한 움직임이 최근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당분간 유럽 주요 대형 통신사업자 간 인수합병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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