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벼랑 끝에 선 SW개발자](상)언제까지 개발자로 일할 수 있나

소프트웨어(SW) 제품을 생산하는 SW개발자들이 움직인다. 그 움직임이 술렁임으로 바뀌고 있다. SW 개발은 더 이상 개발자에게 미래를 보장해주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불리는 SW지만 정작 일선에 선 개발자들은 산업현장에서 소외되고 있다. SW개발이 좋아서 열악한 근무환경을 견뎌왔던 우수 개발자들은 이제 PC앞을 떠나기 시작했다. SW산업을 이끄는 숨은 일꾼, 개발자의 힘든 오늘과 이들의 눈으로 본 SW산업의 문제와 대안을 살펴본다. <편집자>

 

 김경민(32) 부장. 경력 8년차 SW개발자인 그는 IT서비스업체에서 패키지SW 개발업체를 두루 거친 고급 경력자다. 그는 앞으로 대략 3년 정도면 자신의 개발 이력도 끝날 것이라며 씁쓸해 한다.

 “35세만 되면 개발 일선에서 물러나는 개발자가 대부분입니다. 대부분은 그러기를 원치 않지만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에서 고급개발자 인건비를 감당하기 부담스럽다보니 저렴한(?) 초급개발자로 대체합니다.”

 모든 개발자들이 꿈꾸는 머리 히끗한 할아버지 개발자의 모습이 한국에서는 한낱 꿈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알면서 개발의 열정도 식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년은 35세?=개발자들 스스로가 얘기하는 개발직 정년은 대략 35세로 본다. 25세부터 개발에 뛰어들었다면 최대 10년을 끝으로 대부분 개발을 접는다는 얘기다.

 강완모 씨는 올해로 경력 10년차 SW개발자다.

 “SW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 변화합니다.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교육을 시켜주거나 내부에서 자체 교육을 하는 업체는 극히 드물어 스스로가 찾아 공부하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건을 개발자가 공부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실적만을 중시하는 업체가 원천기술이나 고급개발자 양성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지 않는 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기에 구태여 경력 많은 고급개발자를 고용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까지 가세하면서 고급개발자의 설자리를 좁힌다.

 홍영준 데브피아 사장은 “한명의 고급개발자가 10명 또는 100명의 초급 개발자를 커버할 수 있지만 회사에서는 고급개발자 대신에 싼 개발자를 대신해 투입한다”며 “고급개발자나 초급개발자나 프로젝트 진행에는 별반 차이 없다는 인식이 그 토대”라고 말했다.

 국내 고급 SW개발자는 부족한 반면 초급 개발자가 넘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는 설명이다.

 ◇먹이사슬의 희생자= SW분야 하도급 관행에 피해자는 하청업체지만 하청업체의 피해는 결국 그곳에서 일하는 개발자가 안는다.

 먹이사슬의 바닥 부분에 있는 개발자의 급여가 낮은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개발자들이 공유하는 연봉수준은 대졸초임 2000만원, 5년차 4000만원 정도다. 이 같은 수준은 지난 7∼8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한 개발자는 “갑을병정 식의 하청으로 인해 점점 내려져가는 프로젝트 금액으로 인해 같이 일을 해도 회사가 다르면 급여 역시 다르다”며 “여기에 고객은 프로젝트 비용을 아끼려고 좀 더 낮은 금액으로 수주를 주니, 개발업체는 고급 개발자를 투입 못하고 가짜 이력서를 통해 신입을 경력으로 둔갑시키는 일도 흔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봉급이라도 제대로 받으면 다행스런 케이스다.

 강완모씨는 “그 동안 못 받은 돈을 따지면 수 천만원이 넘는다”며 “개발자로 월급 받고 좌절했던 같은 길을 후배들이 같이 걷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개발자 없는 SW산업=정부가 SW산업육성을 외치고 나선 최근 2∼3년 간 주목할만한 육성정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를 보는 개발자들의 시각은 완전 딴판이다.

 한 개발자는 “개발자로서 정부의 SW산업육성정책을 평가한다면 한마디로 ‘F’”라며 “SW업체를 위한 정책은 많았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개발자를 지원하는 정책은 단 한 가지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경민 부장은 “정부는 아직 국내 SW개발자 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이라도 SW개발자에 대한 기술등급 표준을 마련해 개발자 능력에 따른 정당한 처우를 받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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