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기기, 무대 중심에 서다

 휴대폰이 클래식 공연에서 교향곡을 연주하는 악기로 변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자바이올린·글로켄슈필(실로폰과 비슷한 목금 악기의 일종) 등을 이용한 대중적인 클래식 음악으로 미국에 잘 알려진 윤보라씨(27)가 최근 맨해튼에서 가진 공연에서 휴대폰을 이용한 클래식 연주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고 30일 보도했다.

 윤씨는 공연 도중 자신의 삼성 휴대폰(모델명 2004 E-105)을 꺼내 마이크에 댄 뒤 피아노 건반을 누르듯 버튼을 차례로 눌러 선율을 이끌어 냈다.

 이날 윤씨가 연주한 음악은 자신이 휴대폰으로 작곡한 ‘플링코(Plinko)’라는 곡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시카고 교향악단은 지난해 가을 ‘휴대폰과 오케스트라 협주곡’이라는 공연에서 휴대폰 벨소리로 브람스 교향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이 공연에서는 또 청중이 지휘자의 신호에 맞춰 일제히 휴대폰 전원을 켬으로써 오케스트라 연주와 수백대의 휴대폰이 켜지면서 생기는 불빛과 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순간이 연출되기도 했다.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록·힙합 등 다양한 음악장르에서 휴대폰을 이용한 음악이 시도되고 있다. 한때 공연장에서 시끄러운 벨소리로 에티켓을 깨는 주범이었던 휴대폰이 이제는 시대를 앞서가는 전위 예술가들에 의해 훌륭한 악기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록 그룹 ‘핸디댄디’는 유럽 등에서 열린 전자예술 페스티벌에서 휴대폰 록 공연을 펼쳤다. 멤버들은 기타나 키보드 대신 각자 휴대폰을 목에 걸고 연주를 한다. 이들의 휴대폰은 노트북 PC에 무선으로 연결돼 자판을 두드리면 불협화음과 디지털 비트를 만들어낸다. ‘핸디댄디’는 자신들이 만들어낸 휴대폰 음악을 ‘블루투스 록(Bluetooth Rock)’이라고 부르고 있다.

 몇몇 인기 있는 DJ나 힙합 연주자도 휴대폰을 악기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영국 런던 근교 슬로의 청소년 문화센터에서는 휴대폰을 이용한 음악 믹싱 강좌가 개설됐으며 유럽에서 휴대폰 연주자를 위한 기술을 내놓은 업체도 등장했다.

 이 같은 추세에 대해 존스홉킨스 피바디음대의 컴퓨터 음악프로그램 책임자인 제프리 라이트는 “휴대폰이 악기로 등장하는 것에 놀랐지만 그렇게 돼서는 안 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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