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의 돌은 칼로 갈아 다하고, 두만강의 물은 말이 마셔 없애네. 남아 이십 세에 나라를 평정치 못한다면, 후세에 그 누가 대장부라 하리오.’ 남이장군의 북정가(北征歌)이다. 남이장군이 이시애의 난을 평정하고 돌아오는 길에 백두산에 세운 평정비의 비문이다. 기개가 하늘을 찌르다 못해 넘쳐난다. 또 시문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명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청소년들의 호연지기를 기르기 위해 교과서에도 자주나오는 문장이다.
요즘 TV 드라마 가운데 유독 고구려를 바탕으로 한 역사 드라마가 많다. 대부분 광활한 중국 영토(서토)를 정벌하거나, 외세를 막아낸 정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물론 흥미라는 드라마적 요소가 포함돼 있지만 한민족의 기개를 한껏 들이 쉴 수 있는 내용들이다.
우리 민족은 기마민족이다. 기마민족은 곧 유목민족을 뜻한다. 중국어 표현중에 ‘마샹(馬上)’이라는 표현이 있다. ‘말 위에 있다’는 뜻이다. 현재 중국에서 이 말은 ‘금방, 당장’의 의미를 지닌다. 말 위에 있으니 언제라도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말을 탄다는 것은 그만큼 기동력이 뛰어나고 한편으로는 공격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우리 민족이 역사상 1000번에 가까운 외세침입을 겪은 것 역시 굽힘 없고 대쪽같은 민족성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고구려 이후 이렇다 할 영토확장이 없었던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나마 조선 세종 때 영토를 늘려 지금의 한반도를 만들어 놓은 것은 다행이다. 어느 한 순간 더 넓은 국토를 바라지 않았겠냐마는 작금의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못 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처럼 푸념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다행히 아직도 기회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 민족만이 가진 재능일 것이다. 광활한 영토를 물리적으로 얻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한국인의 기술잠재력으로 과학기술, IT의 영토는 무한정 늘릴 수 있는 기회가 아직 남아 있다. 영토확장의 내재된 응어리를 IT로 폭발시킨다면 우리는 대국이 된다. 말 위에서 금방이라도 달려나갈 준비가 돼 있다면 그 옛날 광개토대왕과 남이장군의 정벌처럼 우리의 IT영토는 끝이 안 보이는 광활한 땅이 될 것이다.
이경우 퍼스널팀장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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