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특구의 기술 성공 가능성에 도전해 보세요.”
대덕특구가 ‘돈’이 될 만한 기술특허 250개 품목(50개 분야)을 최근 선정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등 정부출연연구기관 및 국책연구대학 14곳을 대상으로 몇 단계 과정을 거쳐 엄선한 결과다.
이 선정 과정에는 주요 국내 특허와 해외 특허 등이 망라됐다. 특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인’ 특허부터 먼저 추슬렀다. 핵심원천기술의 발굴 작업을 통해 세계시장으로 나갈 특구의 기술사업화 전략을 짜는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선정 기준은 시장성을 중심으로 기술성과 사업성, 법규 등의 제도적인 뒷받침 정도를 보는 환경성 평가 등 4가지를 기준으로 품목을 선정했다.
특히 이번에 가려 뽑아 놓은 기술은 특구 내 출연연이 해외에 등록한 기술 특허 4000여 개를 집중 분석해 선정했다. 분야는 디지털 방송과 의료기기, 나노기술, 초미세공정기술에 이르기까지 50개 분야 기반기술이다. 연관성 있는 기술끼리 엮어 놓은 것도 과거와 달라진 특징 중의 하나다.
◇어떤 기술들이 선정됐나=대덕특구는 사용화에 가장 근접한 기술로 ETRI에서 64개(25.6%), 한국과학기술원(KAIST) 55개(22.0%), 한국기계연구원 28개(11.2%), 한국생명공학연구원 24개(9.6%), 한국표준과학연구원 20 개(8.0%), 한국화학연구원19개(7.6%),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10개(4.0%), 한국한의학연구원 8개(3.2%), 한국지질자원연구원7개(2.8%), 한국원자력연구소 4개(1.6%), 국방과학연구소 4개(1.6%), 한국해양연구원 3개(1.2%), 한국정보통신대학교3개(1.2%), 한국기초과학연구원1개(0.4%) 등을 꼽았다.
대덕특구는 나노패터닝용 프린팅 헤드장치와 대화형 감성 로봇과 나노임프린트 리소그래피 공정, 연료 전지용 촉매의 제조방법, 광촉매 수처리 장치, 단백질 칩 분석장치, 티타늄계 초미립 분말제조, 전자식 악력계, 교량의 안전진단 방법 및 장치 기술 등이 제품화 바로 전단계인 시제품 제작 수준에 올라 있다고 분석했다.
또 R&D의 상용 기술 개발이 필요한 단계에 있는 품목으로는 전자파 저감기술을 비롯한 경계 감시 센서 네트워크 시스템, 피어 투 피어 기반 가상홈 플랫폼, 부분 응답 부호기를 사용하는 확산 통신시스템, 잡음 환경에 강한 문맥독립 화자인식 기술, 다중생체 인식검색 시스템 등 26개 기술을 꼽았다.
◇어떤 방법으로 선정했나=유망기술 250선에는 지난해 특허자산 실사작업을 통해 발굴된 사업화 유망기술 100건과, 각 출연연이 개별 추천한 기술 150건을 취합했다. 또 과학기술 전문가와 사업화 전문기관 등과 협력, 유사기술을 50개의 그룹으로 클르러스링했다.
기술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단일 기술보다는 유사 기술 및 제조 프로세스 기술이 융합돼야 마케팅 효과가 훨씬 강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14개 기관 250여개 기술을 사업화 프로세스 별로 5단계로 나눠 △지적재산권(IP)확보 지원 단계 △IP사업화 지원 단계 △제품화 기술개발 지원 단계 △시제품 제작 지원 단계 △국내외 기술 마케팅 지원 단계의 전략을 각각 수립했다.
250개의 기술 가운데 IP가 확보돼 직접 사업화가 기능한 경우는 전체 250건 중 절반 가량인 124건으로 나타났다. 또 IP 미확보는 88개로 32.5%다. 제품화 기술 개발 단계는 26건에 10.4%, 시제품 제작 이후 사업화 가능한 단계는 9건으로 3.6%였다. 이외 국내외 기술 마케팅 실시가능 단계에 있는 기술은 3건, 1.2%였다.
이와 함께 대덕 특구는 기술성뿐만 아니라 군집화 된 기술의 시장 규모 및 성장률을 모두 조사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것인가=대덕특구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 해당 출연연구기관을 방문 중이다. 매주 1∼2개의 기관을 찾아 추가 지원의 필요성 여부 등을 타진하고, 지원 요청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대덕특구는 이 기술을 대상으로 다음 달 26일 서울서 기술사업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선제 사업화팀장은 “기술의 군집화를 통한 사업화 촉진 방법론은 선진국에 비해 다소 부족한 국내의 기술 사업화의 성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상의 대안으로 본다”며 “유사기술과의 융합 및 유사기술 연구자들의 협업을 촉진하는 방식을 통해 기술의 사업화 성공률을 극대화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선 어떻게 하나
미국이나 일본 등 외국에서 유망기술 선정은 대부분 공정한 룰과 특성에 따라 제각각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 분석 기관인 미국의 랜드 연구소는 우선 기술이 상업화와 기술 확산 등에서 핵심기술인가, 둘째 핵심이라면 정책적인 지원의 필요성이 있는가, 셋째 선정과정이 투명한가 여부를 중점적으로 따진다.
특히 랜드 연구소는 기술 선정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전문가가 같은 방법을 적용해 선정했을 때 같은 목록이 나와야 할 만큼 투명하고 논리적인 결정을 하고 있다.
일본은 과학기술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과학기술예측 조사를 하고 있다. 문부과학성 주관으로 델파이 조사법에 따른다. 델파이 조사법은 질적인 조사를 하면서도 통계적인 방법을 채택하는 것으로 설문지 조사를 반복적으로 실시한다.
유럽연합(EU)은 과학기술분야 유망신규과제(NEST) 프로그램이 있다.
기술 선정은 과학기술분야에서 신분야이지만 전망이 밝거나 도전할 만한 연구 주제를 선별, 지원한다.
이 프로그램은 어드벤처, 인사이트, 패스파인더 등 3개로 나뉘어 지원된다.
특히 어드벤처 프로젝트의 선정은 파격적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광학조작 기술과 바이오 테러 병기에 의한 공격 때 재편성된 미국식품의약국의 합격증(GRAS)을 이용해 신속히 면역화하는 새로운 메커니즘 발견 과제가 최근 선정됐다. 또 차세대 전자현미경이나 바이오 엔지니어링, 사람이 체내에 품는 3000가지 이상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분석하는 레이저 기반의 질병 증상 찾기 등이 어드벤처 프로젝트로 가동되고 있다.
◆인터뷰-비아글로벌 허운행 대표
“대덕특구의 특허기술 평가에서 원자력연구원이나 생명공학연구원 등의 고급인력이 개발한 좋은 기술을 여럿 봤습니다만 상용화 측면에서는 단품기술들이 생각보다 적지 않다는 것이 다소 아쉬웠습니다.”
대덕특구 내 14개 기관의 특허를 대상으로 상용화 가능성이 큰 기술 250개를 선정한 비아글로벌 허운행 대표는 “약간의 추가 지원만 있으면, 상품화가 가능한 기술은 많았다”고 밝혔다.
허 대표는 “그동안 특출난 단일 기술에 대한 발굴은 이루어졌지만, 이번 평가에서는 관련 기술을 묶어 주는 클러스터링화 작업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예를 들어 ETRI와 화학연 등의 기술을 묶어 놓아 연구원간 교류나 시너지 효과가 나오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평가 기준은 기술 자체의 차별성보다는 시장성을 중점으로 봤습니다. 대학이나 기술이전조직이 기술 판매에만 신경을 쓰고 있지만 여기서 조금만 더 나가 기술의 융합 및 복합화를 통해 기술개발을 추가,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낸다면 기술 가치를 10배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허 대표는 “미국형 평가모델을 바탕으로 이번 평가를 실시했다”며 “미국의 경우는 시장성 평가가 더 엄밀하지만 우리는 기업수행 능력을 빼고 시장의 규모, 성장률, 경쟁강도 등을 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 성장이 향후 2∼5년 사이에 형성될 것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허 대표는 사이언스에 가까운 기술이나 성숙기에 접어든 기술은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가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정부 기술 과제가 타임투마켓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많습니다. 10년이나 1년 이내에 시장이 형성될 것이 따로 있듯 기술도 시장의 이머징될 적절한 때를 겨냥하는 사업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편 허 대표는 오는 2009년까지 2년 임기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최근 선정됐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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