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중국 컨테이너선과 충돌한 한국 화물선 ‘골든로즈호’가 SOS 조난신호조차 보내지 못하고 침몰하면서 한 명의 생존자도 구조되지 못했다는 불행한 속보를 들었다. 이러한 침몰과 사후 조치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면 전파(電波)의 중요성이 새삼 되뇌어진다. 침몰한 선박에는 침수되면 자동적으로 선체에서 이탈돼 수일간 조난 신호를 보내도록 돼 있는 ‘비상조난위치자동발신장치(EPIRB)’와 조타실에는 구조를 요청하는 별도의 무선 통신장치가 탑재돼 있었지만 전혀 수신되지 않았다고 한다. 만약 이런 것들이 제대로 작동해 조난신호가 정상적으로 발사됐다면 희생자가 많이 줄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구석구석에서 사용되고 있는 전파는 체계적으로 분배되고 사용되는 투명한 스펙트럼의 도로망과 같다. 전파는 인명구조뿐 아니라 통신·의료 및 일상생활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 유비쿼터스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컨버전스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전파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유비쿼터스 세상에서도 부작용이 예상된다. 새로운 전파이용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전파 혼신에 따른 통신 소통장애와 주파수 자원 고갈이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 바로 정보통신부 소속 중앙전파관리소다. ‘전파의 도로망’에 혼신 등으로 소통에 어려움이 생기면 365일 언제, 어디라도 출동해 문제를 해결해 주는 ‘전파민원 서비스센터’다. 전파서비스를 경험한 국민들은 중앙전파관리소 직원을 ‘전파지킴이’라고 부른다.
중앙전파관리소는 매년 6월 1일을 ‘전파지킴이의 날’로 지킨다. 이 날은 1947년 6월 1일 당시 체신부 전무국 산하에 ‘광장분실’이라는 전파감시 체제를 만들어 업무를 처음 시작한 날을 기념하고자 정한 것이다. 2001년 제정된 이래 7회째인 올 6월 1일은 우리나라가 전파관리업무를 시작한지 60년째가 되는 해이기도 하다.
지난날의 전파관리는 허가사항을 위반하거나 불법 무선국을 운용한 사람을 적발해 처벌하는 ‘규제 위주 전파질서 확립’이 주 업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민이 올바르게 전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DMB 등 새로운 서비스가 편리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전파환경조사, 주파수자원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이용현황조사 등 ‘전파이용 촉진’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전파이용CS센터’와 전국에 19개 ‘CS기동팀’을 설치해 국민 불편사항을 24시간 접수·처리하고 있으며 도서·산간 지역에까지 찾아가 난청 TV를 바로 잡아주는 ‘찾아가는 민원서비스’는 국민에게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2001년 세계 5번째로 설립한 위성전파감시센터에서는 외국의 위성에 대한 혼신이나 간섭으로부터 국내 위성방송과 통신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또한 2008년까지 ‘전파감시 고도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지능화된 광대역 디지털 전파감시 시스템을 갖추게 되며, 이동감시 차량과 전국 12개 지소의 상황실이 상호 연계되어 체계적인 전파관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므로 전파 음영지역 해소와 전파이용서비스 개선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깨끗한 전파환경을 만드는 것은 전파지킴이들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 전파이용 장비를 제조·판매하거나 설비공사업자, 통신사업자는 물론이고 생활 속에서 전파의 혜택을 향유하는 국민 개개인의 관심과 동참이 절실하다.
‘깨끗한 전파, u라이프의 중심’이란 슬로건은 금년 전파지킴이의 날에 즈음하여 900여 중앙전파관리소 직원들이 앞으로 지향해 나아갈 비전으로 새로 정한 것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공기가 없다면 숨을 쉴 수 없듯이 전파 없는 u코리아 또한 상상할 수 없다. 깨끗한 전파는 u라이프의 중심이 되고 있다.
◆황철증 정보통신부 중앙전파관리소장 newcjh@mic.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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