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PC 운동` 출발부터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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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초저가 노트북PC ‘클래스메이트’

정보화에 소외된 빈민국 어린이들에게 노트북PC를 보급하는 ‘OLPC(One Laptop Per Child)’ 운동이 세계 IT 기업의 엇갈린 이해 관계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OLPC가 개발도상국의 정보화를 위한 공익 사업을 표방하는 것과 달리 인텔이 교육용PC 보급을 산업적인 관점으로 접근해 마치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대결하는 양상처럼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OLPC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는 최근 미국 CBS 시사프로그램 ‘60미니츠’와의 인터뷰에서 인텔이 OLPC 운동을 저지하기 위해 경쟁 모델을 덤핑 판매하고 각국 정부에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려 OLPC에서 개발한 노트북이 채택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그 근거로 인텔이 최근 나이지리아 정부에 보낸 한 문서를 공개했다. 이 문서에는 OLPC 노트북과 인텔이 만든 제품의 특장점을 비교한 내용이 주된 골자지만 ‘OLPC가 생산 차질로 부족 현상을 빚을 것’이란 내용이 들어 있다.

 인텔이 이 같은 공세를 벌이고 있는 이유는 OLPC 노트북에 사용된 CPU가 인텔의 경쟁사인 AMD 제품이기 때문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컴퓨터 시장에서 인텔과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AMD가 신흥 시장에 터를 다지면 인텔은 그 만큼 기회를 잃는다. 네그로폰테 교수도 “인텔이 AMD와의 경쟁을 의식해 OLPC 운동을 못하게 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텔 측은 그러나 네그로폰테 교수의 주장에 대해 “정상적인 비즈니스 활동이며 저개발국의 정보화를 위한 사업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인텔의 공세는 OLPC 운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가뜩이나 OLPC 재단은 현재 대량 주문을 따내지 못해 100달러에 출시하려던 노트북을 175달러로 상향했는데, 인텔의 대규모 공세가 펼쳐지면 주문 감소로 결국 사업 자체가 존폐의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텔은 지난 3월 초저가 교육용 PC를 OLPC와 가격 차이가 적은 300달러에 출시했으며 멕시코와 브라질에 시범 공급하는데 성공했다. 또 인텔은 빠른 시일 내에 중국·인도·인도네시아 등 25개국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게다가 최근 10억 내수 시장을 염두에 두고 독자적으로 10달러짜리 노트북PC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인도 정부도 OLPC 운동을 거부하고 나서 OLPC 재단의 행보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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