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정부 및 산하기관의 시험·연구 장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이 시행된다고 한다. 산업자원부가 산하 48개 연구기관과 시험평가기관 등을 대상으로 기술인프라 파트너십을 유도하고 보유장비의 교환·이관 및 공동 활용 등을 모색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산자부가 이 같은 계획을 수립한 것은 산하기관들의 장비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1만3400여종의 장비 가운데 무려 45%인 6000여종의 장비가 활용이 미흡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FTA 경제 체제에서 연구개발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기술서비스 시장의 개방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계획의 추진이 당연히 필요하다.
사실 연구개발 부문의 장비 활용도 제고는 더는 늦출 수 없는 과제다. 기술개발 경쟁이 첨예화되면서 시험 및 연구 개발장비의 활용기간이 짧아지고 연구기관의 유사장비의 중복구매가 심각해지고 있다. 대응책을 빨리 강구하지않으면 연구개발 부문의 국제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 특히 첨단 장비를 보유해야만 시험·연구기관으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유사장비의 중복구매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이는 이 부문에 들어가는 정부 예산의 증가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빨리 시정해야 한다. 이제서야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만시지탄의 느낌이 있다.
하지만 연구개발 장비의 활용도 저하는 비단 산자부 산하 단체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과기부·정통부 등 타 부처 및 그 산하 기관도 시험·연구 개발을 위해 첨단 장비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으나 실제로 활용도는 높지 않다는 게 과기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도 아직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 하루빨리 범정부 차원의 시험·연구개발 장비 공동 활용방안을 마련해 연구 및 기술 시험 서비스 분야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산자부는 물론이고 과학기술과 IT산업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과기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출연연구기관들과 시험연구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장비의 보유 현황과 활용도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빨리 구축하고 유휴 및 노후 장비의 기관 간 교환, 매각, 공동활용 등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소속된 정부 부처가 다르다고 해서 산하 기관 간에 정보교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장비의 교환·공동 활용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국내 연구 및 기술인프라는 갈수록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은 정부가 내놓은 장비 공동활용 및 이용 제고방안은 생색내기에 그치게 된다.
산자부는 범용성 장비에 대해서는 공고 또는 이공계 전문대학 등에서 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실습용 장비로 활용토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뜩이나 예산 부족으로 첨단 장비의 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육기관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중복구매 장비나 유휴장비를 선별해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교육기관에 장기 대여 또는 매각, 기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도 정부 산하기관의 장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면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기술 경쟁력 향상에도 적지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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