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남도 광주광역시 하남공단에 위치한 LG이노텍 공장 정문을 지나가면 ‘1등부품! 악착같이, 될때까지, 끝까지!’란 구호가 공장 곳곳에 걸려있다. 이곳에서는 LG이노텍의 세계 1위 부품인 TV튜너가 설계돼 생산된다. LG이노텍은 지난해 TTE(중국), 샤프 등을 제치고 16%의 점유율로 TV 튜너 부문 1위에 올랐다. 아날로그 튜너는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1위를 기록했지만 디지털 튜너까지 포함한 튜너 생산량에서 1위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객을 감동시켜라=세계 최초의 튜너제품이 탄생하는 RF 연구실. 그런데 의외로 빈자리가 많다. 박길상 RF 연구실장은 “RF 연구원 중에 매일 10∼15명은 고객을 방문해 함께 문제점을 해결한다”며 “중국 선전에는 아예 고객사 근방에 사무실을 얻어 연구원들이 상주한다”고 밝혔다.
LG이노텍은 지난 2000년에 디지털 TV 튜너 사업을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일본 경쟁사와의 경쟁력에서 뒤쳐지고 기술력도 높지 않아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무기는 고객밀착형 영업이었다. 튜너 및 파워부품 사업을 맡고 있는 이건정 디스플레이네트워크 사업부장은 “고객 확보가 안된 상황에서 제품 개발보다는 고객 밀착형 영업이 중요하다고 보고 엔지니어를 고객회사로 보내 함께 제품을 개발토록 했다”며 “이런 활동은 1년뒤 부터 효과가 발휘했다”고 밝혔다.
LG이노텍의 튜너를 적용한 중국제품이 프랑스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해당고객보다 먼저 LG이노텍이 엔지니어를 파견, 문제를 해결했다.
이건정 사업부장은 “‘페이창간씨에(정말고맙다)’란 말을 중국기업으로부터 듣기는 처음”이라며 “이같은 기술지원덕분에 고객 충성도가 어느 부품보다도 높다”고 밝혔다.
LG이노텍은 올해부터 튜너 본고장인 일본으로 수출을 본격화한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들이 LG이노텍의 튜너 고객이다. 또 경쟁사보다 적어도 3개월 먼저 출시하는 게 목표다. 어차피 성능은 비슷한 만큼 출시가 늦으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생산성=디지털 튜너가 하루에도 수십만개씩 생산되는 LG이노텍 광주공장 표면실장라인에는 특이한 장비가 있다. LG이노텍이 LG생산기술연구소와 함께 개발한 멀티칩마운터가 그것이다. 표면실장부품을 기판위에 위치시키는 SMT 장비는 보통 순차적으로 부품을 장착한다. 반면 LG이노텍의 멀티칩마운터는 한번에 총 400개의 저항·캐패시터 등을 기판위에 장착시킨다. 일반 SMT 장비에 비해 생산성이 최대 15배에 이른다. 다른 국내 기업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튜너를 전량 해외에서 생산하는 반면 LG이노텍은 디지털 튜너 생산량의 85%를 광주공장에서 진행한다.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건정 사업부장은 “멀티칩 마운터는 일본 알프스전자가 가장 먼저 도입했지만 이제는 LG이노텍이 더 앞선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며 “불량률도 2년∼3년만에 100분의 1수준으로 줄였다”고 밝혔다. 그는 “LG이노텍은 올해 TV튜너부문에서 20%의 점유율을 기록, 2위와의 격차를 더욱 벌여나갈 계획”이라며 “부가가치가 높은 2가지 이상의 기능을 결합한 복합튜너, 플랫폼 공용화를 진행, 두자리수 이상의 수익성을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