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막힌 게임업계

 #1=18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는 IT업체 F사. 지난해 매출액 273억원에 영업이익이 20억원이었다. 지난 2004년 영업이익은 71억원으로 다소 양호했지만 2005년에는 8억원으로 들쭉날쭉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회사는 공모가로 액면가의 6.6배를 평가받았다.

 #2=지난 2001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제조업체 D사는 상장 이후 실적이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다. 상장초기 5%대였던 영업이익률은 1%대로 급락해 있다. 실적은 떨어지고 있지만 상장을 통해 자본 유입 등의 효과는 이미 톡톡히 거둔 상태다.

 

 게임업체들이 예비상장사나 상장사가 누리고 있는 자본시장의 혜택에서 외면받고 있다. 견실한 운영으로 매년 수백억원 매출에 영업이익률도 전체 제조업 평균인 3∼4%의 몇 배에 이르는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업체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들이 자본시장에 진입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라 할 만큼 장벽이 높다.

 이렇게 상장의 길이 막히면서 우수한 경영성과와 그에 따른 자금력을 바탕으로 만만한 상장사를 인수해 우회상장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업체만도 10여곳에 이른다. 온라인게임업체 D사는 지난해 매출액 264억원에, 영업이익률은 70%를 웃돌면서 무려 196억원의 이익을 냈다. 그런데도 이 회사는 코스닥위원회가 제시한 이른바 ‘게임업체 상장요건’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벤처캐피털 외면 받은 지 오래=전국적으로 1500여개 법인이 등록돼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게임업체 중 최근 2∼3년간 벤처캐피털 또는 엔젤투자자로부터 투자받은 곳은 손에 꼽힐 정도다. 기관투자 유치 성사율이 0.1%에도 못미치는 셈이다.

 물론 인터넷·게임업종 전체가 기관투자로부터 철저히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게임업계는 유독 ‘돈가뭄’을 혹독하게 경험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개발→수익 창출’로 이어지는 산업 선순환 구조가 막히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 거대 자본으로부터 국내 업체가 먹히는 이른바 산업 자산 국외유출 사례가 최근 2∼3년간 3번씩이나 연이어 나타났다. 액토즈소프트는 중국 샨다에 넘어갔고, 그라비티는 소프트뱅크 수중으로 떨어졌다.

 ◇코스닥시장 활황으로 우회상장길도 ‘막막’=이 때문에 게임업체들은 ‘현금력’을 바탕으로 상장사 인수를 통한 우회상장을 생각하고 있지만 그나마도 꽁꽁 묶인 상태다. 최근 코스닥지수가 연일 700선을 오르내리며 개별 업체 주가까지 급격히 상승하면서, 지분 인수가격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H게임업체 대표는 “지난해 연말 우회상장에 착수했을 때보다 평균 인수가격이 2∼3배 높아졌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만약 높아진 가격으로 인수한다면, 상장 효과는 다 까먹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상장사 K사의 관계자는 “인수가격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 대주주도 매도 의사를 거둬들이고 관망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상장도 쉽게, 퇴출도 쉽게” 적용을=코스닥시장은 출범 때부터 줄곧 IT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고, 그 대신 부적격 기업에 대한 퇴출도 빠르고 강력하게 진행한다는 원칙을 내세워 왔다.

 전문가들은 금융감독 당국이 유독 게임업체에만 ‘상장요건’을 강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시장 운용원칙을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증권 게임업종 애널리스트인 최찬석 연구원은 “상장 요건을 높여 자격을 갖춘 게임업체의 진입을 막는 것은 기업의 투자 통로 봉쇄라는 부작용과 함께, 일반 투자자의 투자 기회 박탈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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