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전과 달리 피로감을 쉽게 느껴왔던 A씨는 동네 내과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간염이 의심된다며 우선 검사부터 받자고 권했다. 그러자 간호사가 CD디스크형태의 테스트기에다가 환자의 피를 한방울 떨어뜨려 진단실로 가져갔다. A씨는 일주일뒤에 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가려는 순간 간호사가 “B형 간염입니다”라며 의사와의 상담을 다시 주선했다.
각종 질환을 10∼20분 만에 진단할 수 있는 초고속 진단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세계적인 IT 및 BT(바이오) 기업들이 이른바 ‘랩온어칩’ ‘랩온어디스크’의 상용화에 속속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랩온어칩이나 랩온어디스크는 혈액진단에 필요한 실험실의 각종 장비를 반도체 형태나 CD 모양의 디스크 장치에 집적시킨 것이다. 바이오기술에 나노·IT기술을 결합시켜 진단 시간을 줄여줌은 물론 소형화가 가능해 어느곳에서도 쉽게 설치,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최근 몇방울의 혈액만으로도 간, 콜레스테롤, 신장, 심장 등의 생화학 검사를 비롯해, B형 간염, C형 간염, 류마티스, 암 종양 여부를 검사할 수 있는 ‘랩온어디스크’기술을 개발하고 내년에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단시간은 단 12분이면 끝난다.
삼성종합기술원은 CD플레이어의 작동원리에 착안, 원심력을 이용해 혈액을 혈청과 혈구로 분리한 후 원하는 유체가 도관을 타고 흐르게 한 다음, 밸브를 필요한 시점에 열어 시약과 섞이면서 질병 여부를 판단하게 했다. 이 기기는 랩온어디스크와 진단기로 구성된다. 삼성종합기술원은 랩온어칩의 개발도 수년간 진행중이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베레두스 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한 조류독감 검출 랩온어칩 ‘베레두스테스트’의 진단 시험 평가를 싱가포르 국립대학 병원과 진행중이다. 베레두스테스트는 조류 독감(H5N1) 또는 비슷한 유형의 인플루엔자 A·B의 감염을 한 번의 테스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칩이다.
랩온어칩은 크기가 작아 휴대하기 간편하기 때문에 감염원을 빠르게 확인해서 질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 테스트 결과는 모든 PC에 설치할 수 있는 광신호 수신을 통한 휴대용 전용 리더기를 통해 검출되며, ST의 전문 바이오인포매틱스 소프트웨어에서 처리된다. 한편 랩온어칩, 랩온어디스크 등 소형 혈액 진단기 세계 시장은 2010년 3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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