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듀얼 포맷 진영 가세

 차세대 DVD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HP가 ‘듀얼 포맷’ 진영에 합류했다. LG전자·삼성전자에 이어 전 세계 PC 점유율 1위인 HP가 듀얼 제품을 내놓으면서 표준 경쟁은 새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HP는 이번 주 블루레이 DVD와 HD DVD 포맷을 동시에 지원하는 하이브리드 광 드라이브를 탑재한 데스크톱PC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듀얼 포맷을 지원하는 DVD 플레이어가 선보인 적은 있지만 이를 지원하는 PC가 나오기는 처음이다.

HP는 하이엔드 데스크톱PC인 파빌리온 미디어센터 ‘m8010y’와 ‘d4890y’ 시리즈에 하이브리드 드라이브를 탑재키로 했다. HP 모델 중에서 최고급 사양에 속하는 이들 제품은 주로 맞춤형(CTO) 방식으로 설계되며 옵션 형태로 판매할 계획이다. 출시 예정인 HP 데스크톱은 인텔 ‘코드2 쿼드’ 프로세서 기반이며 엔비디아 ‘지포스 8800’ 그래픽카드를 탑재했다.

HP 측은 “시장 수요에 따라 데스크톱 라인업에 듀얼 포맷 제품을 늘려 나갈 계획”이라며 “HP는 앞으로 신기술을 탑재한 제품을 주력으로 시장 주도권을 유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HP는 당분간 노트북PC에 듀얼 포맷 제품을 내놓을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뉴스의 눈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고군분투하던 듀얼 포맷 진영에 ‘든든한 우군’이 합류했다. 지난해 4분기 델을 제치고 PC 1위에 재입성한 HP가 듀얼 제품을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비록 하이엔드 일부 라인업이지만 HP가 시장에서 갖는 파급력과 브랜드를 고려할 때 전체 DVD 경쟁 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DVD 경쟁은 초기 도시바 ‘HD DVD’와 소니 ‘블루레이’ 진영이 주도했다. 80년대 일본 소니와 마쓰시타가 VCR 시장에서 ‘베타’와 ‘VHS’ 방식으로 나뉘어 표준 경쟁을 펼친 것과 유사한 양상이 진행되면서 관심을 끌었다. 이어 올해 2월 LG전자가 블루레이와 HD DVD, 두 가지 포맷 모두 재생할 수 있는 플레이어를 내놓으면서 미묘한 기운이 감돌았다. 당시 LG 제품은 CES에서 ‘올해의 제품상’을 받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산업계의 반응은 호기심 수준이었다. 표준 경쟁 구도와는 한참 먼 이야기였다. 하지만 삼성이 최근 ‘듀오 HD플레이어’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블루레이와 HD DVD 양강 구도에서 삼성·LG의 듀얼 포맷 등 크게 3개 진영으로 경쟁 구도가 바뀐 것. 한마디로 블루레이로 기우는 듯했던 시장 표준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선 셈이다. 그렇다고 세 싸움에서 절대적으로 밀린 듀얼 포맷 진영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HP가 이번에 새로 발을 담그면서 표준 경쟁은 더욱 오리무중으로 빠질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경쟁 구도가 어느 한 쪽에 올인하기보다는 하이브리드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아가면서 듀얼 포맷의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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