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내 머릿속의 지우개’
‘라스트 사무라이’ 이후 ‘게이샤의 추억’ ‘배트맨 비긴즈’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등의 영화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와타나베 켄이 기억을 하나둘 잃어가는 중년의 가장을 연기한 영화다. 우리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가 젊은 여성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설정이라면, 이 영화는 성실하게 살아온 한 가장의 아픔을 표현했다.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와타나베 켄의 안정적이면서 혼신을 다하는 연기는 관객을 끝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광고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에키’(와타나베 켄). 일에 있어서만은 완벽함을 추구하며 때론 엄격하게 때론 자상한 상사로 회사에서도 인기가 높다. 외동딸을 둔 그는 집에서는 더 없이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다.
어느 날, 염원하던 큰 광고를 따내지만 기쁨도 잠시 자신이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건망증으로 생각했던 일들이 증세가 심각해지면서 길을 잃고, 사람들의 이름마저 기억을 못하게 된 것. 쏟아지는 기억들을 붙잡고 싶은 ‘사에키’는 결국 회사도 그만둔 채 아내와 단둘이 지내며 자신의 변화를 받아들인다. 사랑하는 아내 ‘에미코’(히구치 카나코)는 그의 옆에서 언제나 함께 할 것을 약속한다.
시간이 흐르고, 지나간 시간만큼 기억을 잃어가는 ‘사에키’.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 그리고 소중한 추억들을 기억할 수 있을까.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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